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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위의 새들이? 비오는 날 벌어진 신기한 일

[세종보 천막 소식 70일차] 새들에게 세종보 재가동 중단 천막농성장은 노아의 방주

등록 2024.07.08 16:37수정 2024.07.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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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떠내려가는 박새 유조(어린새)

떠내려가는 박새 유조(어린새) ⓒ 이경호

 
비가 오는 날에는 보통은 탐조를 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새들의 행동은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8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 천막농성장에서 비 오는 날 새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비 오는 천막농성장에서 처음 확인한 종은 물 위를 저공비행하며 먹이를 찾는 제비떼였다. 물 위를 비행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의 제비는 약 70마리에 이르렀다. 농약과 가옥구조 변화로 사라진 제비는 비 오는 날 금강 천막농성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강남에서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세종보 담수를 막아주는 행운이 되기를 잠시 기도했다.
 
a  천막농성장에서 비행중인 제비떼

천막농성장에서 비행중인 제비떼 ⓒ 이경호

 
천막농성장에 터주대감처럼 자리 잡은 알락할미새와 검은등할미새는 교각에 만들어진 작은 물길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교각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이끼와 벌레를 사냥하고 있는 할미새의 소리가 우렁차다. 이따금 버드나무에서 두 종 간의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승자는 없고 결국 같이 교각에 자리를 잡았다.
  
a  농성장 흰두리대교에 할미새

농성장 흰두리대교에 할미새 ⓒ 이경호

 
때를 잘못 잡은 것인지 위태로운 박새의 이소는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농성장에서 동거동락한 사이기에 더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자리를 맴도는 위태로운 쓰레기 더미에 새끼가 앉았다.

부모 새들은 새끼에게 먹이를 나르지만 결국 쓰레기와 함께 하류로 떠내려간다. 빠른 비로 만들어진 위태로운 부유물은 안정적인 서식처가 못 됐다. 다행히 새끼는 무사하다.
  
a  이소한 박새가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위에 올라가 있다!

이소한 박새가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위에 올라가 있다! ⓒ 이경호

     
비 오는 날에 강변에서 벌어진 가장 신기한 일은 쓰레기나 부유물 위의 새들이다. 새들은 쉴 수 있는 하중도와 모래톱이 사라지자 새들은 궁여지책으로 쓰레기 더미를 택했다.

쓰레기 더미 위의 새들은 먹이를 찾기도 하고 오히려 배를 타는 듯 즐기기도 했다. 까치,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원앙, 알락할미새, 왜가리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쓰레기 더미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중 백미는 떠내려온 냉장고 위에 할미새였다.
  
a  부유물 위에 까치들

부유물 위에 까치들 ⓒ 이경호

   
a  부유물과 쓰렉더미 위에 청둥오리

부유물과 쓰렉더미 위에 청둥오리 ⓒ 이경호

 
잠시 쉴 곳을 찾아야 하는 야생의 공간에 부유물은 도움이 되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장기적인 서식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이소한 것이 못내 걱정이 되었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다른 부유물을 찾아 이동하거나 새로운 쉴 곳을 찾아야 했다.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속 이동하다가는 열량을 소모하고 죽어야 한다. 비는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에게도 힘든 고난이 되었다.

비가 오는 우기에 천막농성장을 지켜가며 본 세종보 상류의 모습을 통해 담수되었던 때 새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2012년 담수로 사라졌던 새들은 쉬고 은신하고 먹을 수 있는 하천의 모래섭과 습지가 필요했다. 물을 가두면서 새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비를 잠시 피하거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 이들에게 세종보 담수가 가져온 효과는 심각한 생태 파괴의 현장이었다.


실제로 대전환경연합 조사 결과 수문개방 이후에 겨울 철새들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담수가 끝나자마자 새들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밖에 없다.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 바로 세종보 담수이고, 4대강 사업이다. 수문이 개방되면서 겨울철새들이 늘어난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새들이 살지 않는 강에 누가 기대어 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관련기사: "수문개방 이후 금강 조류 개체 늘어... 보 완전히 해체해야")

세종보 재가동을 통해 금강을 틀어막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 금강을 다시 틀어 막는다면 새들에게 홍수 피해를 1년 내내 겪으라는 말이다. 1년 내내 수해를 견디며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들에게 강을 다시 틀어 막아 홍수를 겪게 하는 것은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천막농성장은 생명을 지켜낸 노아의 방주다. 농성장을 지키고 담수를 막아내는 것이 결국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종보재가동중단 #세종보 #홍수에세종보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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