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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산란철에 강제 이주 당하는 표범장지뱀... 이것이 과연 생태 복원 사업일까?

등록 2024.07.04 14:28수정 2024.07.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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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표범장지뱀의 사냥. 자신의 머리통보다 큰 메뚜기를 순식간에 낚아채버렸다. 공룡의 후예다운 모습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일에 본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고아습지)의 표범장지뱀입니다. 자기 머리통보다 더 큰 메뚜기를 순식간에 낚아채 버립니다. 낯선 이방인에 쫓겨 도망을 가면서 녀석이 벌인 일입니다. 도망가면서도 순식간에 먹이를 사냥해 버립니다.

공룡의 후예 표범장지뱀의 사냥 솜씨

정말 공룡의 후예답지 않습니까? 머리통을 보면 딱 공룡입니다. 마치 티라노사우루스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거대 몸집이 아닌 아주 작은 몸이라 정말 순식간에 메뚜기를 낚아채 버리더군요.

그러곤 낯선 이방인이 쳐다 보든 말든 먹이를 열심히 먹어 치웁니다. 순식간에 뚝딱입니다.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자신의 머리통보다 더 큰 먹이를 순식간에 낚아채더니 그렇게 열심히 먹어 치울 수 있는지요.
  

공룡의 후예, 표범장지뱀의 사냥 ....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일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고아습지)는 국내 멸종위기종 표범장지뱀의 최대 서식처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수십만평이 넘는 땅에 헤아릴 수 없는 표범장지뱀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의 표범장지뱀이 지금 살던 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구미시의 잘못된 생태 복원사업 때문입니다. 이 영상을 보고 구미시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 정수근

 
이것이 지금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고아습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낙동강 해평습지는 지금 세렝게티 초원입니다. 표범장지뱀과 무수히 많은 곤충들의 먹고 먹히는 살벌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야생의 공간입니다. 구미 세렝게티인 것입니다.

그런데 구미 해평습지 세렝게티에서 이 공룡의 후예들이 지금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 슬픈 현실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구미시의 생태 복원사업 때문입니다.

구미시의 오판한 생태 복원사업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도래지 복원한다면서 같은 멸종위기종 표범장지뱀의 서식처를 없애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미시의 오판입니다. 복원하고 보전해야 할 것은 흑두루미 도래지가 아니라 국내 최대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여야 합니다.

지금 이곳은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된 생태조사를 해보면 국내 최대의 표범장지뱀의 서식처로 판명이 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황무지와도 같은 모래자갈밭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서식 환경에 이곳이 딱 맞아떨어졌는지 정말 엄청난 수의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습니다. 이 일대를 열린 눈을 가지고 한두 시간만 지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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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을 강제 이주시키기 위해서 설치한 포획틀. 이렇게 잡힌 표범장지뱀은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당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이곳에 모래톱을 복원하겠다고 합니다. 겨울철에 흑두루미가 이곳에 도래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모래톱과 그들의 먹이터가 교란당한 이 일대에 흑두루미가 도래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가 불확실한데도 표범장지뱀의 서식처를 생태 복원사업이라는 이상한 명분으로 앗아가려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표범장지뱀의 산란철에 말입니다. 지금이 산란철이란 것은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표범장지뱀의 서식 실태에도 고스란히 언급돼 있습니다.

표범장지뱀의 산란철에 이들의 강제 이주?

환경부가 지난 6월 30일자로 7월의 멸종위기종으로 표범장지뱀을 선정한다면서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표범장지뱀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표범장지뱀은 주로 서해·남해의 해안과 섬에 발달한 사구의 초지에 서식하며, 내륙은 큰 하천 제방과 주변 초지 등에 서식한다. 주로 오전과 오후에 활동하며 거미류와 곤충류를 잡아먹는다. 무더운 한낮과 추운 밤에는 땅속이나 풀숲에서 숨어지낸다.

5월에 짝짓기하여 6~7월까지 2~3회에 걸려 3~6개의 알을 땅속에 산란하며 40~50일 정도가 지나면 부화한다. 하천이나 해안가 개발로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에 몰렸다."
 
지금이 7월 초이니 딱 알을 낳았거나 낳고 있을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어미들만 이주시켜버리면 낳아놓은 알들은 어떻게 될까요? 십중팔구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구미시가 생태를 복원하는 사업을 한다면서 지금 이런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과연 올바른 생태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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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을 가민히 지켜보면 이들이 공룡의 후예라는 것을 알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에 대해서 지난달 현장을 살펴보고 간 백두생태연구소 김현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표범장지뱀의 산란철에 이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빠른 녀석들은 이미 산란을 해서 알을 낳았을 수도 있는데, 어미만 이주시키면 그 알은 어떻게 되지요? 새끼들은 몰살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산란철에 표범장지뱀을 강제 이주시키고 토건공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지금이라라도 공사를 중지하고 실태 파악부터 하는 것이 옳습니다."

김현 소장의 말대로 지금 즉시 표범장지뱀의 강제 이주를 중단하고 실태 파악부터 해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구미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입니다. 구미시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낙동강 #해평습지 #표범장지뱀 #구미시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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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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