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2일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교섭 결의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의 경계를 넘어, 학생들과 함께하는 최저임금 투쟁을 꿈꾸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고려대학교 청소, 주차, 경비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두고 벌어지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도 우려를 표했다. 언제나 최저임금 투쟁에 앞장서 왔던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에선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차등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주장이 당시에 느꼈던 모멸감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희도 한때는 최저시급밖에 못 받았어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최저시급에 50원만 올려주면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다고 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청와대까지 가서 '그러면 최저임금 50원 올려줄 테니까 50원 갖고 먹고 살아보라고' 소리를 지르고 온 적도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최저시급이 엄청 큰 의미라고 봐요." -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최저시급이 1만 원대로 오를 거라고 이야기했던 게 한 5~6년 전 아닌가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데 물가는 물가대로 자꾸 치솟고, (중략) 제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적응이 안 돼요. 솔직한 말로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저는 잘 안 믿는 편이에요.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어제도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로 한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가고, 20여 명이 연행을 당하고…. 이런 상황에서 대학 원청은 더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사측에서는 60세 이상의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차등지급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김○○, 고려대학교 주차노동자
여성 대다수가 고용된 가사, 돌봄 업종을 상대로, 청년과 노인을 상대로, 이주민을 상대로 최저임금 차별지대를 조성하겠다는 정권의 행보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노동조건 저하로 이어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국적에 따라 벌어지는 갈라치기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영역을 상대로 최저임금 차별이 확산하고 있는 지금, 무엇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저희에게 최저시급이 의미 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학생들한테 특히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학생들이 편의점 같은 곳에 일하러 가면 최저시급만 주잖아요. 최저시급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한테도 크게 다가온다는 걸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희보다도 지금 자라나는 사회로 나오는 대학생들이 먼저 움직여서 '이건 아니다'라는 그런 운동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라를 상대로 그래야 이 구조가 바뀌지, 나라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대학에서 바뀔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앞장서서 최저임금에 대해 심각하게 한번 토론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고령의 청소, 주차, 경비 노동자,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매개로 업종과 지역을, 정체성을 뛰어넘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는다. 최저임금 투쟁 속에서 공고해지는 노학연대는 개별 사업장의 변화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운동으로 변모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열린 〈2024 세계노동절 청년학생 전야제〉에 모인 청년·학생들은 첫 번째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외쳤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오는 7월 2일 16시 경총회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를 진행한다. 최저임금 적용제외와 차등적용을 비롯해 노동자 민중을 고통으로 내모는 정책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투쟁의 정당성을 왜곡하는 경총에 맞서 싸우며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청년학생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서다.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에는 2024 청년학생 노학연대 기획단을 포함해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고려대 생활도서관,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단국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 새벽,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중앙대 사회학과 사회과학학회 포헤, 학생사회주의자연대 등 여러 청년학생 단체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생존권 위기의 시대, 이번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를 통해 청년학생들이 앞장서서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전 사회적 투쟁으로 확산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차별철폐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결의를 모아보고자 한다. 최저임금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가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가 대학의 경계를 넘어,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는 최저임금 투쟁으로 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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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학연대 기획단 소개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인덕대, 성공회대 등 다양한 대학에서 노학연대를 실천하는 학생과 학생단체가 모여 학내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노학연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연대체입니다. 앞으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단교섭 투쟁에 연대하고 다양한 노학연대의 고민을 나누는 기사를 연재 기고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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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청소노동자 밥값이 2700원... 이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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