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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억 전세사기범 2심도 징역 15년 중형 유지... 피해배상은?

부산지법 "피고인 항소 기각"... 피해자들 "대법원까지 가선 안 돼"

등록 2024.06.20 12:11수정 2024.06.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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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사건에서 최근 잇달아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부산지법. ⓒ 김보성

 
지난달 부산의 180억대 전세사기 사건 1심에서 재판부는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추구 수단으로 삼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의 구형보다 더 높은 중형을 선고했다. 20일 항소심 재판부도 이러한 판단을 유지했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당연한 결론이 내려졌단 반응이다.

부산지법 형사4-1부는 이날 354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최아무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의 양형이 적절하다고 본 재판부는 "이를 변경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선고 이후 최씨는 형이 무겁다며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원룸 등 9개 건물 세입자 229명에게 받은 전세보증금 180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기소 단계에서 피해액은 160억 원이었으나,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서 금액이 더 늘어났다.

이를 놓고 최씨 변호인은 "변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항변했지만, 검찰은 범행 부인과 반성 부족 등을 이유로 징역 13년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은 실제 선고에서 형량을 15년으로 높였다. 범죄가 중대하고, 사회적 해악이 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시 판결에서는 피해자를 울린 판사의 법정 발언이 주목받기도 했다. 최씨로부터 전세금을 떼인 이들의 이름과 탄원서 내용까지 소개한 박주영 부장판사는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아달라"라며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이들의 일상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항소심 역시 1심의 판결이 문제가 없다고 본 만큼 최씨가 상급심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이대로 형이 확정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법정을 빠져나온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최아무개씨는 "보증금을 받지도 못했고, 사과도 없다. 이렇게 고통을 줘놓고 상고한다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잇단 유죄 판결에도 이들이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한 배상은 해결이 막막한 상황이다. 피해자측의 손수연(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형량 유지에도 실질적으로 피해가 복구된 게 없어 민사 등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라며 "피해자들은 이 정도면 보통 합의 시도를 할 법도 한데, 뻔뻔하다고 할 정도로 사과 한마디 없는 피고인에게 참담함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시민사회도 피해자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했다. 부산참여연대, 부산민변 등으로 꾸려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민사회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범죄란 점을 다시 재확인한 결과"라며 "법정 진술에서 최씨가 용서와 죗값을 말한 만큼 형을 받아들이고 피해자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180억원 #부산지법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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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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