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뮌헨 예술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목소리"

[인터뷰] 김시영 작가 및 큐레이터

등록 2024.06.15 11:13수정 2024.06.17 17:19
0
원고료로 응원
a

뮌헨 예술상 시상식 모습 뮌헨 시청에서 5월 14일 열린 뮌헨 예술상(Forderpreise) 시상식에서 김시영 작가와 이민재 작가가 조형예술 분야에서 공동 수상했다. 맨 오른쪽은 Anton Bibel 뮌헨 문화부 대표, 중앙에 이민재 작가(좌), 김시영 작가(우). ⓒ Alescha Birkenholz


"김시영 작가는 자신의 작품 활동 외에도 수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예술가들간 국제 교류와 협력에 힘써왔다.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그녀는 뮌헨 예술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남부도시 뮌헨의 문화예술 관계자와 지역 정치인 등 20여 명이 뮌헨 예술인상(Förderpreise)에 김시영 작가이자 큐레이터(www.siyoungkim.com)를 선정한 발표문의 일부다. '뮌헨 예술인상'은 2차 세계대전 2년 후인 1947년에 시작해 창작활동의 성과를 중심으로 뮌헨 예술에 미친 영향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격년마다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에 미샤엘라 멜리안(Michaela Melian, 미디어설치)도 있는데 그는 2020년 광주시립미술관의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별이 된 사람들'에 초청되기도 했다. 

뮌헨 예술인상 시상식은 지난 5월 14일 뮌헨시청에서 있었다. 김시영 작가는 조형미술분야에서 이민재 작가와 공동 수상했는데 같은 국가 출신 예술가들이 공동수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최측은 이민재 작가에 대해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통해 정의되지 않은 형태의 공포와 마주하는 상황에서 실존적 감정을 함께 탐구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관련 기사 : 독일이 주목하는 이민재 작가의 키워드는 '불안' https://omn.kr/1zd4p)

김시영 작가는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한독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해왔길래 이런 영예를 안게 되었을까. 2000년부터 뮌헨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해온 김 작가는 현재 뮌헨시가 운영하는 대안예술공간 갤러리 쿤스트 아카덴의 문화부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선대 회화과를 나와 뮌헨미대 회화과에서 수학했으며 주로 미디어, 텍스타일, 콜라지, 드로잉, 비디오, 설치작업을 해왔다. 

김 작가가 처음 한국과 독일간 미술교류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는 2018년부터 시작된 광주시립미술관과 뮌헨시 문화부가 공동주관한 빌라 발트베르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었다. 초청 작가들은 빌라 발트베르타에 3개월간 거주하며 전시회 이외에도 뮌헨 중심가에 위치한 Centercourt super+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전 분야의 작가들에게 문이 열려있다. 뮌헨시 문화부의 초청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전세계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기간은 3개월 정도이며 매달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관련기사 : 120년 된 뮌헨의 빌라에 드나드는 세계의 예술가들 https://omn.kr/20vqd)

또한 그는 2021년 5월 14일부터 6월 27일간 뮌헨시 시청 갤러리에서 한국작가 단체전을 기획한 바 있는데, 당시 코로나 팬데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냈다. 이때 참여한 한국 작가들로는 구유리(조각, 설치), 이영준(회화), 이유진(회화), 장효주(설치), 서은지(회화), 이민재(설치), 김시영(설치)이 있다. 
 
a

뮌헨시청 갤러리에서 열렸던 한국 작가 단체전 구유리 작가의 작품 '만사형통부' 구유리 작가 & 큐레이터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부적을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 변형시켰다. 구 작가의 이 작품은 한국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미신, 악에 대한 방어, 믿음, 마법, 행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구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설치 및 퍼포먼스, 비디오, 조각 작업을 해오고 있다 ⓒ 구유리

 
가장 최근에는 뮌헨 기반 구유리 작가 및 큐레이터와 공동 기획한 'Future Perfect' 전시회가 있다. 이 전시회는 두 부분으로 나눠져 진행되었는데 뮌헨시의 서부 파싱지역에 위치한 에븐복하우스에서는 문학과 음악에 초점을 맞췄고, 북부지역의 할레50에서는 황현덕, 파비안 파이터(조형예술, 뮤지션), 마리 이와모토(쥬얼리 및 설치)등 다수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해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각각 5월 17일~6월 2일, 6월 1일~6월 8일에 성황리에 열렸다.


에븐복하우스에서는 SF소설, <천 개의 파랑>으로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을 수상했던 천선란 작가, 인디밴드 '까데호'의 기타리스트이자 RM의 새로운 음반작업에도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이태훈이 초청되었다. 또한 호주에서 활동하는 서수진 소설가도 초청되었는데 그는 2020년 <코리안 티처>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골드러시>로 제13회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a

‘Future Perfect' 에븐복하우스 전시회 전경 이 전시회를 김시영/구유리 작가들과 공동기획했던 박술 교수가 서수진 작가, 천선란 작가를 초청해 함께 작품의 낭독및 대담의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통역을 맡았던 박술 교수, 서수진 작가, 천선란 작가. ⓒ 클레어함

 
김시영 작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뮌헨에서 미술작업을 해오면서 중국과 일본의 그림자에 가려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적었지만, 지금은 피부로 느낄 정도로 한국 예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소회를 밝혔다. 또한 그는 예술가들이 큐레이터라는 직업군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많은 작가들이 아트 매니지먼트 커리어에 대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는데, 큐레이터 수임료를 받을 수도 있고 향후 문화예술기관에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공식적인 시 정부 프로그램에 주로 관여해왔지만, 민간차원의 예술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독일 뮌헨에 기반한 작가들과 이탈리아 남티롤(Südtirol)의 론제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교류하던 '론제가 프로젝트'를 광주의 민간 레지던스 프로그램인 '호랑가시나무창작소'와 추가 연결시켜 삼각구도의 국제 예술협력 모델로 발전시켰다. 론제가 프로젝트팀은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독일관의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김 작가는 이런 민간교류의 경우는 "훨씬 더 절차가 간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평가하며, 아울러 "전업 작가 뿐만 아니라, 작가겸 큐레이터,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전략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행사를 마친 후에 항상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확인해 꾸준히 행사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김시영 작가는 전시회와 동명인 'Future Perfect'라는 이름의 아트 콜렉티브 단체 설립도 준비중이다. 그는 현재 힐데스하임 대학교 철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인 박술 시인과 함께 미술 뿐만 아니라 문학등의 다른 예술분야 국제교류도 함께 아우르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박술 시인은 2012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공역),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 트라클의 <몽상과 착란>, 횔덜린의 <생의 절반>이 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김현우 대표가 운영하는 '나선 에이전시'와 함께 독일내 한국문학 번역상인 "나선 한국어 번역신인상"을 제정해 수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시영 작가는 독일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비교해 뮌헨 미술신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베를린은 미술을 비롯한 여러 문화부문에서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있어 좋은 예술적 영감을 제공할 수 있고 영어만으로도 활동이 가능하지만,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면서 "반면, 독일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뮌헨은 물가가 높은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유한 시민들의 구매력이 상당하고 뮌헨시및 주정부의 문화예술 재정지원이 많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의 예술가들이 뮌헨 예술신에 접근하기 어려워한다. 꾸준히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시영 작가는 한국과 유럽간의 예술교류에 헌신한 것 이외에도, 꾸준히 독특한 미학과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창작활동을 이어온 중견 작가이기도 하다. 뮌헨 예술인상의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아래와 같은 평가를 했다.

"김시영의 예술 작품은 사회구조의 다층적 측면에 대한 깊은 관심이 특징이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찰자로서 그녀는 개인적으로 겪은 영감과 불안한 경험을 작품에 통합한다. 이러한 영향의 조합은 드로잉, 콜라주, 사진, 비디오, 자수 등 그녀가 예술적으로 작업하는 광범위한 미디어에서 표현되며 물질적, 언어적 장벽을 초월한다. 인간의 잔인한 모습에 대한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접근 방식은 인형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언뜻 보기에 이 장면들은 무해하고 거의 귀여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인형들은 폭력, 전쟁, 억압의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존재가 된다. 동시에 김시영 작가는 자수 작품에서 자연 형태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탐구한다. 그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인적 접근 방식을 자기 최적화 및 과잉 생산성을 추구하는 현재의 트렌드와 의도적으로 대조한다." 
 
a

뮌헨현대미술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김시영 작가의 ‘벌거벗은 진실’ 인형 시리즈 2023년 뮌헨현대미술박물관(PINAKOTHEK DER MODERNE) 에서 전시중인 김시영 작가의 ‘벌거벗은 진실 (Die nackte Wahrheit)’ 인형 시리즈. 김시영 작가의 인형은 인간 사회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희생을 상징하며,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사회적 병폐와 인간의 비극을 비판하며 관람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권한다. ⓒ 김시영


김시영 작가는 '벌거벗은 진실(Die nackte Wahrheit)' 인형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는 필자에게 "한국에서의 광주학살 사진전시회와 독일에서 접한 911테러 이후 이어진 전쟁에 관한 뉴스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 타인의 고통을 숫자로만 무심하게 인식하는 우리들의 인간성 상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런 인형 작업을 통해 일반인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된다면, 그것 또한 예술의 힘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뮌헨예술인상 수상자및 퓨처 퍼펙트 (Future Perfect) 전시회 참여 작가들 인스타그램 계정 정보
뮌헨 문화부 @kulturreferat.muenchen 김시영 작가 @_siyoung_kim_ 이민재 작가 @minjae.m4h 퓨처 퍼펙트 @future_perfect_munich
참여작가들: @jayoon__choi @danilo_bastione @nikolaivogelcom @parksool_ @redmasaru @ssssuuuueeee @seonrann @artistinresidencemunich @n_e_Le_k_a @hyundeokhwang @anna.lena_keller @feichter_fabian @mariiwamoto31218 @matteo_pizzolante @youleeku
@sygotharos @claudio_matthias_bertolini @domagkateliershalle50
#김시영 #이민재 #구유리 #뮌헨예술인상 #박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2. 2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3. 3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4. 4 이시원 걸면 윤석열 또 걸고... 분 단위로 전화 '외압의 그날' 흔적들
  5. 5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