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완 검사 탄핵 심판 2차 변론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기소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이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방청석에 앉아 있다.
이정민
4.
2013년 3월 4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유우성씨 국가보안법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여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증거보전 재판이 열렸다.
한국에 입국한 뒤 바로 국정원에 끌려가 오빠를 한번도 대면하지 못한 상태에서 5개월 동안 국정원의 독방에 갇힌 채 여러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유가려씨는 마침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한 상태였고, 국정원과 검찰은 유가려씨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증거로 이를 보전해 두고, 유가려씨는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추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오빠를 빼고는 한국에 자신을 도와줄 누구 한 사람이 없는 고립무원 상태에서 유가려씨는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다"는 국정원의 집요한 회유에 예속된 상태로 법정으로 와서 오빠와 한 공간에 있게 된 것이다.
이날 검찰과 국정원은, 유가려씨를 별도의 화상 중계장치가 있는 방에 분리해두고, 증거보전재판을 진행했다. 유가려씨 앞에는 국정원 직원 2명이 지키고 있었다. 검사 질문 이후 유우성씨가 여동생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하면서 조작의 실체는 결국 드러나고 국정원-검찰의 추악한 공작은 파탄나기 시작했다.
이날 증거보전 법정의 풍경 및 실제 이시원-유가려-유우성의 법정 문답 및 대화는 최승호 기자가 <뉴스타파>에 쓴 글에 생생하게 실려 있다(
해당 기사 보기).
나는 이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여동생을 5개월간 독방에 가둔 채로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다"고 온갖 협박과 회유, 설득을 하고, 마침에 법정에까지 온 유가려씨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리고 법정에서 오빠와 대면하지 못하고, 국정원 직원의 감시 하에 오빠가 간첩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앵무새처럼 예라고 답해야 하는 유가려씨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유우성·유가려 남매에게 가한 만행은 결코 용서될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5.
내가 이번 헌재 결정에 분노하고 특히 환멸스러운 감정이 며칠째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가혹행위와 회유, 협박으로 유가려씨의 오빠에 대한 애정과 걱정의 마음을 역이용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진술을 만들어냈다. 그 시도가 파탄나 1심에서 유우성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이번에는 중국 공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유죄를 만들어내려고 하다가 이마저도 탄로나고 결국 유우성씨는 국가보안법 무죄가 확정됐다.
그리고 나서 검찰이 빼든 보복의 칼이 바로 추가기소였다. 검찰 스스로가 기소유예한 것을 재기해 기소한 것이다. 공소권 남용의 인정에 인색한 우리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할 정도로 보복기소가 명확한 것이다.
최소한 유우성씨 사건에서 검찰은 정의니, 인권이니, 공익의 대변자니, 준사법기관이니, 객관의무니 하는 자신들을 치장하는 모든 수식어를 모조리, 철저하게 배신했다.
그들에게 수오지심이라는 덕목이 먼지 한톨만큼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유우성씨에 대한 추가기소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헌재의 다섯 분 재판관은 이러한 추가기소가 아무 문제가 아니라거나(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 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이종석·이은애 재판관). 이분들이 이 사건을 국가보안법 문제, 안보 문제, 북한 문제로 바라봤을까? 진보-보수 문제로 봤을까?
틀렸다. 이 문제는 이념의 문제도, 안보의 문제도 아니다. 오직 진실 그리고 헌법이 명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문제다. 안보문제면, 북한 문제면, 여동생 분리 감금해 두고, "네 오빠 간첩이야,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오빠에게 좋아"라고 회유하는 것이 용인되는가? 한국의 사법제도도 모르고, 자신이 국정원에 진술하는 것이 어떻게 사용될지도 전혀 모르는 탈북입국자에게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수단도,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채 5개월이나 독방에 가둔채 그런 진술을 받아내서 오빠가 간첩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국가보안법 사건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거다. 이 사건에서 국정원도, 검찰도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선 거다. 그리고 그 과오를 사과하기는커녕 보복기소를 감행했다.
지금까지 손가락에 꼽을 정도(내가 알기로 단 두건)로 공소권 남용 인정에 인색한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자이자 인권의 지킴이를 자처하는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모른척, 별거 아닌척 해 버렸다. 그러고도 어디 가서들 헌법의 수호자이니 인권수호자니 거들먹거리고, 폼들 잡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