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서 사랑 받는 가게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재민
이렇게 결정한 이후, 제가 생각한 올해 첫 이벤트 대상은 '가출 청소년'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날엔 청소년 가출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 5741명으로 전체 청소년 중 2.9%로 집계됐습니다.
나이별로는 13~15세 연령에 가출하는 청소년이 55.5%로 가장 많았고 16~18세(31.2%), 13세 미만(10.1%) 순이었습니다. 가출 사유로는 61%가 '부모님과의 문제'를 꼽았습니다. 다음으로 학업(20.8%),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8.0%), 기타(5.0%), 가정의 경제적 문제(2.3%), 학교(2.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아주경제>의 2021년 6월 18일자 기사 '부모로부터의 생존형 탈출… 절반은 "귀가 원하지 않는다"' 참조).
통상 가출한 아이들은 가출 후, 최우선 순위로 안전한 주거와 충분한 식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범죄와 연루되거나 성매매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안전한 주거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통 기차역 주변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차역은 냉온방이 완벽(?)하고, 깨끗한 화장실사용이 가능하며, 24시간 개방하기에 가출 청소년들이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은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그런데 가출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많지 않습니다. 성인남녀가 해도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직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힘겹게 일하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이런 힘겨운 상황은 가출 청소년들이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험한 범죄를 생계의 수단으로 선택게 만듭니다. 범죄조직이나 집단의 불법적인 사건의 심부름꾼이 되거나, 성매매나 성 관련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가출 청소년에게 먹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범죄의 위험은 줄어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게는 이런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역 근처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서 가게에 붙였습니다. 주변의 청소년 시설과 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에게도 전송했습니다.
해보니 이벤트에 해당되는 거의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포스터를 보고 카운터에 오셔서 '저걸 진짜 주나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리곤 '저도 (이벤트) 해당되는데 받을 수 있나요?'라고, 주로 소곤소곤 귓속말로 얘길 건네고는 합니다(아르바이트생들도 다 같이 회의를 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벤트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출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2명 정도가 무료 식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