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롱등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윤로빈을 만났다.
이슬기
영화는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집에서 쫓겨난 한 가난한 여성이 길거리를 떠돌다 버려진 화분을 발견한다. 우연히 마주한 화분을 사랑하게 된 여성은 시들한 화분을 살리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추위를 피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뉴스레터 <세상이 미워질 때 글을 씁니다> 역시 세상을 사랑하기 위한 기록이었다. 그는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하루 한 편 메일을 보내왔다. 저서 <속이 허해서 먹었어요>에서는 스스로에게 "세상 곳곳엔 사랑이 있다"며 편지 형식의 글을 썼다. 꾸준히 사랑을 이야기해온 그를 지난 19일 공릉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물었다.
세상이 미워질 때, 글을 씁니다
- 영화 <귀여운 할머니>에서 화분이 생기자 거리를 두고 담배를 펴요. 어떤 의미인가요.
"화분을 만나기 전에는 캐리어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거든요. 근데 화분을 만난 후에는 캐리어 위에 화분을 올려놓고, 멀리 떨어져서 담배를 피워요. 여자에게는 담배가 유일한 삶의 낙이었지만 화분에게는 유해하니까요. 화분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둬요. 당시에는 거리를 두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더라고요. 최근에는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랑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전히 의심은 들지만요. 사랑은 마음의 여유나 자신을 믿는 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 화분은 어떤 존재인가요.
"모래사장을 파서 화분과 함께 눕는 장면이 있어요. 당시에는 그게 제 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제 '자리'라고 느껴져요. 스스로 파낸 자리에 얼마든지 누워있다가, 다시 일어서고 싶은 순간에 스스로 결정해서 화분과 함께 나설 수 있는 그런 자리요. 화분을 보면서 함께 사는 고양이 생각도 많이 했지만, 사실 제 화분은 동생이에요. 투닥투닥 자주 싸우기도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서로 의지하면서 자랐거든요. 또 점점 사랑을 나누고 싶은 화분들이 많아져요. 저와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전부 화분처럼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