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2023년 11월 2일 김현희-KAL858기 사건 편을 방영했다.
SBS
SBS <꼬꼬무> 100회, 김현희 사건
일주일 전, 예고편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우려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은 사건을 기존 수사만 정당화하는 관점에서 다루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에 등장한 주요 인물은 두 분인데, 최창아 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장철균 전 외무부 관리다. 모두 당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했다.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다행히 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방송 전반부에서는 문제가 많았던 수사를 옹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정부 조치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진실규명 관련 내용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보여줬다.
이야기와 공감
이야기 진행자들과 출연자는 성의 없이 진행된 수색, 김현희씨 관련 너무 빨리 있었던 특별사면, KAL858기 잔해라고 가져왔던 기체의 폐기처분 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이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있는 시민들, 무엇보다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과 거의 일치한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여준 대목이다.
앞서 말했듯 방송에는 특별한 인물이 나왔는데 바로 최창아 전 안기부 (최초 여성) 수사관이다. 최씨는 테러 용의자 김현희가 바레인에서 한국으로 압송될 때 바로 옆에서 함께했다. 방송을 보면 제작진과 진행자들은 이 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듯하다. 하지만 KAL858기 사건으로 석사와 박사논문을 쓰고 관련 당사자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입장에서, 나는 전직 안기부 수사관의 말은 조심스레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창아씨는 2012년 3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일요신문>에 "국정원 최초 여수사관 최창아씨 수사비록 김현희와 나" 기획물을 연재했다. 이 연재물 20회에서 최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직 안기부 수사관, 믿을 수 있는가
"기자들이 수사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수사관들은 어떤 방법으로 수사했나?" […] "함께 목욕도 하고 머리에 빗질을 해주는 한편 음식도 입에 맞는 것을 권하는 등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했다. 그러자 8일째 되던 날 '언니 미안해'라며 처음 한국말을 사용하고 이어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일요신문>, 제1053호).
이는 거짓이다. 한국말로 '언니 미안해'라며 처음 자백을 시작했다는 내용은 2004년 사실이 아니었다고 이미 밝혀졌다.
"당시 실무수사관이었던 A씨"에 따르면 '언니 미안해'는 안기부가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대국민용 카피(Copy, 광고선전용어)였다"(<동아일보>, 2004년 7월 10일).
하지만 최씨는 선전효과를 계속 기대했던 것인지 8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언니 미안해'가 자백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안기부 수사관이 방송에서 한 말을 모두 믿을 수 있을까?
한편, 비교적 성실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방송은 몇 가지 부분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전했다. KAL858기는 실종 전인 1987년 9월, 기체결함으로 동체 착륙을 했다. 방송에서는 그 뒤 수리를 받고 첫 비행을 나가 실종되었다고 했는데 아니다. 비행기는 동체 착륙과 별개로, 같은 해 10월 중순부터 11월까지 미국에서 엔진 수리를 받았는데, 이 수리를 받은 뒤 첫 비행을 하다 실종됐다(<눈 오는 날의 무지개: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비밀문서>, 201쪽).
이야기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