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24일 EBS 딩동댕 유치원 촬영 세트장에 휠체어 경사로가 있다.
김신애
사람들 관심 덕분에 별이 비중 늘어나
- 별이가 등장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안녕 별아'(8월 18일 별이가 처음 등장하는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작이 언제 나오는지 묻는 질문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별이 출연 빈도를 늘렸습니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개 코너 정도 출연시키려 했는데 이젠 일주일에 세 번은 고정적으로 나와요."
- 어려운 점은 없나요?
"별이가 등장하는 회차는 1.5에서 2배 정도 시간이 더 걸려요. 마음대로 원고를 쓰지 못하고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인력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보니 PD들도 촬영하면서 한 장면을 찍더라도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해야죠."
- 어떤 부분에서 생각을 더 많이 하나요.
"별이는 보통 자기 것에 몰입해있는 상태라 대사가 많지 않아요. 주변 상황이 왁자지껄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별이가 뭘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하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자문을 받아도 현장에서 촬영하고 모니터로 보면 별이가 뭘 하고 있는지 신경 쓰여요. 그래서 인형 연기자분과 저 그리고 성우 셋이 현장에서 별이 반응을 고민합니다."
- 별이가 등장하는 회차의 기준이 있나요.
"신체활동이나 그림 그리기 코너에는 별이가 등장하지 않아요. 별이가 등장하면 극적인 요소가 들어가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신체활동이나 그리기는 아침에 아이들이 보면서 직관적으로 따라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 별이가 코너와 조금 덜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별이를 주인공으로 다루려는 시도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 어떤 시도인가요.
"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작을 지난주에 촬영했고 12월 방송 예정입니다. 스포일러를 한다면 제목은 '잘했어 별아'에요. 별이가 처음 등장했던 '안녕 별아'는 자폐 스펙트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개론이었죠. '잘했어 별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와 비장애 아이들이 통합학급에서 어울릴 때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보여주는 실전 응용 편이에요."
-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나요.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이 레고 블록을 쌓는데 별이가 무너뜨렸다면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장애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거죠."
- 현실적이라 주목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요즘엔 장애아동 때문에 비장애 아동이 손해를 본다는 역차별 문제도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중재자인 선생님 역할이 중요하죠. 중재자로서 PECS(펙스)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걸 더 제대로 표현하게 하고 통학학급에서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거죠."
- PECS(펙스)가 무엇인가요.
"자폐 아동의 소통을 돕기 위한 시각 보조물이죠. 자폐 아이들은 사회적인 언어 소통이 어렵잖아요. 대신 시각적인 이미지로 대화하면 원하는 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뭔지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죠. 자폐 학부모님들 커뮤니티에도 펙스를 사용했다는 후기들이 있고 자문 해주시는 교수님도 펙스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PECS는 Picture Exchange Communication System의 줄임말로, 그림교환 의사소통 체계를 말한다. 의사소통 및 언어능력이 제한적인 자폐 범주성 장애나 기타 장애를 지닌 아동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사진과 그림을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 기자 말)
- 준비를 많이 하시네요. 자문은 어떻게 받나요.
"자문은 두 분께 받습니다. 특수학교 교장선생님은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시기 때문에 아이템뿐 아니라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별이 대사 하나하나까지 다 봐주시죠. 정신의학과 교수님은 의학적 차원의 조언을 해줍니다. 지능발달 수준과 자폐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대사와 행동을 하는 게 적절한지 의학적으로 진단해주시죠. PECS를 활용할 때도 어떤 그림을 써야 할지 자문을 해주셨습니다."
- 별이 나이가 궁금한데요.
"별이는 6~7살입니다. 자폐 정도는 고기능자폐로 설정했어요."
- '잘했어 별아' 반응도 기대되네요. 별이 등장 이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요.
"제가 눈물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학부모님이 게시판에 남겨주신 글을 보고 동감하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14살 자폐 남자아이와 4살 비장애 아이를 키우시는데 큰 아이가 돌발 행동을 하면 힘으로 제어하기에 한계가 와서 힘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하던 상황이셨어요. 방송을 같이 보면서 작은 아이에게 '별이가 형이랑 비슷하지'라고 말했는데 작은아이가 형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해서 좋았고 위로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작은아이 말을 듣고 화장실에 가서 물 틀어놓고 세수하는 척하면서 울었다고 하셨는데요. 보고서처럼 엄청 길게 써주셨습니다."
- 장문의 후기인데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나요.
"(이지현 PD는 핸드폰에 캡처해 저장해 놓은 게시글을 직접 찾아 읽어줬다.) 14살이면 사춘기잖아요. 주변에 비장애 아이 엄마들은 아이가 사춘기라 문 닫고 혼자 들어가서 서운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그게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말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와 자신의 인생이 동일시되는 게 버거운데 별이 등장으로 자기가 응원을 받은 것 같다며 함께 손잡고 걸어가 주시려는 마음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죠. 이런 피드백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