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일환경건강센터 주최로 열린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사업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하나' 포럼에서 발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일환경건강센터
# 어느 날 인쇄소 골목에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작업장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캐묻는가 하면, 각종 화학물질의 보관상태 등을 살피고 다닌다.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저건 저래서 위험하다며 잔소리까지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며칠 뒤, 그들은 뚜껑 달린 은색의 둥근 알루미늄 통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흡사 쓰레기통 같이 생긴 저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서울 을지로와 충북 청주 소재 인쇄소 골목에서 진행되고 있는 '작은 인쇄소 소분용기·걸레함 보급사업'은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와 노동자를 위한 직업병 예방사업의 일환이다.
인쇄업은 대표적인 도심 속 영세 제조업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 사업체는 9498곳, 종사자수는 5만6064명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66.2%로 가장 높고, 5인 이상~9인 이하 사업장 비율이 21.2%로 뒤를 잇는다. 전체 사업장 10곳 중 8곳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이다.
영세성은 위험을 동반한다. 초단기 납품 관행에서 비롯된 빈번한 철야작업과 주야 맞교대 근무형태, 시너·톨루엔·크실렌 같은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 작업장 내 소음 등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즐비하다. 하지만 대대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사업주가 자비를 들여 국소배기장치 같은 안전보건설비 시공에 나서리라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그런 의지가 있더라도 낙후된 건물 밀집구역에 세 들어 사는 처지라서 설비 시공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
이는 공공기관인 서울근로자건강센터와 민간기관인 일환경건강센터가 서울와 청주지역 일대에서 '작은 인쇄소 소분용기·걸레함 보급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작은 인쇄소들을 상대로 종합적인 환기대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단체는 인쇄소 내 유해 화학물질의 보관과 처리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