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택배없는 날'에 동참하라"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의 여름휴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택배없는 날'에 쿠팡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남소연
하지만, 당시 쿠팡은 '택배없는 날'로부터 예외였다. 쿠팡은 택배회사도 아니었고 '쿠팡 친구'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주5일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이것이 쿠팡의 자랑이기도 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택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쿠팡친구'의 일부를 대리점 소속의 택배기사(특수고용직)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금 CLS에는 정규직 '쿠팡친구'와 대리점 소속의 쿠팡 택배기사가 같이 일하고 있다. 똑같이 쿠팡 물건을 배송하지만, 쿠팡 차량에 쿠팡 조끼를 입고 배송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인 '쿠팡 친구'이고, 쿠팡 로고가 없는 차량에 쿠팡 조끼도 입지 않았다면 대리점 소속의 쿠팡 택배기사일 가능성이 크다.
쿠팡도 택배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택배없는 날' 동참 요구에도 쿠팡은 쿠팡 택배기사는 언제든 쉴 수 있으며, 대리점에 3일간 순차적으로 쉴 수 있도록 협조공문을 보냈다며 '택배없는 날' 동참 요구를 외면하는 듯하다(관련 기사:
"1년에 딱 하루인데... 쿠팡, '택배 없는 날' 함께 쉬자" https://omn.kr/24yl0).
물론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작은 대리점에서는 택배기사의 업무를 대신할 백업 기사를 두기 힘들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배송지역의 수행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데 혼자서 해당 구역의 수행률을 맞추려면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수행률 걱정에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고, 심지어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는 지난 7월 9일~20일 12일간 쿠팡 택배기사 187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에서도 쿠팡의 3일간 순차적으로 쉬라는 권고는 현실에서 지켜지지도 않고, 지켜질 수도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응답자 중 약 40%가 휴가 포기, 이유 뭐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