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성을 올라가는 계단이 무척 가파르다.
강미경
원래 목적이 제방을 쌓는 것이다 보니 바닷가 바로 앞에 높은 건축물을 세워서 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꽤 아찔하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성이라기보다는 적을 방어하는 목적의 요새에 가깝다고 하겠다. 보기보다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계단 폭도 좁다. 난간이나 안전장치 같은 것은 따로 없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혹여 발을 헛디딜까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안전 관리주체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는데 낙상사고라도 날까 약간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같은 이유로, 여기서 화보 촬영을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성에선 근사한 풍광이 펼쳐진다. 해 좋은 날 가니 여기가 바로 남프랑스 몽돌해변, 거제시 장목면 나폴리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푸른 거제 바다 위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에 윤슬이 눈부시게 부서지고 파도에 자갈 굴러가는 소리조차 이국적이다.
한편 설계도 한 점 없이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걸 보면, 사람들의 말처럼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현신인가 싶기도 하다. 곡선과 직선을 불규칙하게 넘나들며 바닷가 능선을 따라 축조된 성의 벽면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구엘공원을 연상시킨다.
비록 유래 없이 잔인한 재해로 비롯되었지만 매미성의 모양은 나의 터를 덮쳐 무참하게 할퀴고 간 너란 자연을 내 이겨먹고 말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안에 들어가 받아들이고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다. 건축물은 해변의 일부처럼 바다와 조화를 이루었고, 새로 증축하고 있는 성도 중간에 있는 나무를 살려 그 주변에 돌을 쌓아 올렸다.
내가 방문했던 지난 6월 하순경 어느 평일 아침에도, 돌을 쌓는 작업은 성 한편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옆에는 하도 말 거는 사람들이 많아 작업에 방해가 되는지 '말 시키지 말라'고 작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면 한편 이런 것을 입장료도 안 내고 그냥 봐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 파도같이 우루루 밀려왔다가 흰 포말처럼 부질없이 사라질 세간의 관심과는 담을 쌓고, 모자와 수건으로 내리쬐는 뙤약볕만 가린 채 이것만이 자신의 숙명인 양 묵묵히 혼자 작업하고 있는 모습은 고행을 자처하는 구도자를 보는 듯해 잠시 숙연한 마음마저 드는 것이다.
20년 간 혼자서 돌 쌓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