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 묘역 앞에 지어진 효창운동장. 일대가 파헤쳐져 있다. 1965년 전경
심산김창숙기념관 홍소연 전시실장
심산김창숙기념관 홍소연 전시실장은 "우리사회 전반의 원죄는 일제잔재(반민족행위자)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해방 후 일제잔재를 제때, 제대로 청산했다면 효창공원 묘역을 폄훼하는 정치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위치에 운동장이 지어질 일도 애초에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앞서 언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식 조사에서도 국민의 80.1%는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 (전혀 청산되지 않았다 30.8%, 별로 청산되지 않았다 49.3%)"라고 답했다.
운동장이 건립된 후에도, 일대에는 반공탑, 원효대사 동상 등 묘역과 관계없는 이질적 요소가 난립하며 오늘에 이른다.
잘못된 문제정의, 잘못된 결론으로 귀결
이처럼 효창공원에 얽힌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 성역화, 재구조화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고 당연히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도 해결 과제로 제시됐다. 한겨레 역시 "효창공원, 추모·시민 공간 거듭나려면 운동장 철거가 '1순위' (2018. 8. 16.)"라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효창공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문재인 정부였지만,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효창공원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추진된 안동 임청각 복원 사례에 비추어 보면 오류가 자명하다.
임청각(보물 제 128호)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며 국무령을 역임한 석주 이상룡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선생을 비롯해 아들, 손자 등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로 꼽힌다. 일제는 이곳을 가로지르는 철길을 놓았고, 임청각은 오랜 기간 공간을 훼손당한 채 이어졌다.
이에 국가철도공단이 철길을 다른 곳으로 새로 내 기존 철로를 철거함으로써 임청각 복원의 토대를 마련했고,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이다. 보물 임청각을 바로잡기 위해 문화재청이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이 개입했다. 공간의 문제가 철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효창공원의 문제는 묘역이 아니라 운동장이기 때문에 관련부처를 특정하자면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알맞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효창공원 재구조화 담당부처는 국가보훈처, 문화재청이었다. 문제시 되는 운동장을 논할 수 없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틀린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효창공원 문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에 꼽히는 운동장에 관한 논의없이 올바른 재구조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효창독립 100년 공원 조성' 사업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묘역에 얽힌 사회 갈등,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소할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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