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리셀 플랫폼 사이트의 화면 캡처.
KREAM
리셀...아트테크...코로나19
패션업계에는 '리셀' 열풍이 불었다. 대다수가 원하는 품목은 품귀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제품은 정가의 30배가 넘는 금액이라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내가 필요하지 않은 품목이더라도, 내가 사용하지 않을 제품이더라도, 구매에 성공할 수 있다면 큰 금액의 차액을 수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게 되었고, 신발을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혹시, 열지도 않은 백화점 앞의 긴 행렬을 본 적이 있는가? 다음 날 진열될 인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밤새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러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예술업계에는 '아트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예술품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과거 특정 상류층만 소유하고 즐긴다고 인식되기 마련이었다. 미술품 구매의 대중화 흐름은 이미 형성돼 있었지만, 몇몇 작가들의 작품들이 경매를 통해 1차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대중의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2022년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인 'Kiaf SEOUL'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등의 굵직한 미술 행사들이 성황을 이루며 대중에게 미술시장이 호황이라 인식시키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이 우리 사회에 처음 있던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이러한 형태의 투자형 소비의 시작은 어디일까? 2020년을 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TV에서 보도되었다. 국가는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집 앞 약국에 즐비하게 줄을 서 있는 상황을 기억하는가. 바로 코로나19, COVID-19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돼 가게와 공장이 문을 닫고 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세계 많은 나라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실시하는 한편, 금리 즉 '돈의 가격'을 내렸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게 공급되자 투자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됐고, 돈을 빌리는 비용이 저렴하니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는 것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 KOSPI 지수가 3300선을 찍은 것,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것 등이 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부양책이 나오면서 이뤄진 일들이다. 코로나19를 힘겹게 버티는 이들도 많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투자시장도 대중화된 것이다.
투자에 발을 담그다
투자는 나와 영원히 상관없는 사이일 줄 알았다. 성실히 일하며 나의 능력을 사회에 증명해 수익을 이루어 내는 삶. 지켜내고자 했던 나의 가치관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잔치를 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번다니. 성실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되었다. 조롱과 비웃음이 난무했다. 그러자 내가 지켜내고자 한 마음과 세계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만 같았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나 역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21년도 1분기는 비트코인의 시대였고, 온 세상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얘기하며 찬양하는 시대였다. 나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가지고 있던 자금을 모조리 투입했다.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이 조금함을 낳았다. 무엇을 사야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몇몇 종목을 감으로 매수했다. 매수한 직후, 평소 내가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에 대한 시각이 환호로 바뀌었다. 나도 이제 돈을 벌 수 있다는 행복감, 나도 이제 저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대열에 함께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기대심은 환호를 낳고, 환호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다. 돈을 벌면 무엇을 할까, 어디에 다시 투자할까하는 행복한 상상이 거품이 되어 사라지기까지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잔고를 확인해보았지만, 내가 산 종목은 파란색이 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내가 구매한 금액대는 다음 날 '파란 하늘'이 되어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가벼워지는 잔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기 일쑤였다. 본전이라도 건져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다시 매수를 들어가도, 또다시 파란색이 되어 나를 반기는 종목들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어제의 나를 자책하며 판매하기를 반복, 나는 그렇게 벼락거지에서 진짜 거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