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난방비 폭탄은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스플래시
그날 밤, 남편이 우편함에서 들고 온 가스비 청구서는 '난방비 졸라매기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아주 무심하게 쓱 펼쳤던 청구서에는 혹시 내가 두 달 가스비를 안 냈나? 싶은 금액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게 한 달 금액이라고? 진짜?"
심지어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인덕션(전기로 작동하는 조리 기구)으로 바꿨으니 가스비는 정확히 난방과 온수비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처음에 남편은 쓸 만큼 쓴 거 아니냐, 원래 이 정도 나오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매달 뭐가 얼만큼 나가는지 셈하고 있는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오른 금액이다, 아니다 기억의 저편에서 설전을 반복하다 급기야 작년 고지서를 찾아내 디밀고서야 남편은 백기를 들었다.
작년에 비해 40% 오른 청구 내역
일단 오른 금액은 대략 40% 정도였다. 작년 요금과 비교해보니 기본요금도 850원에서 965원으로 올랐고 난방 단가도 대략 14중반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19대 후반으로 훌쩍 올라있었다. 이러니 올해가 작년보다 추워서 보일러를 몇 번 더 틀었다고 해도 앞자리가 바뀌는 끔찍함을 면할 수 없었던 거다. 사정은 우리 집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남편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난방비가 화두라고 했다. 그중 최고로 관리비를 많이 낸 집은 82만 원. 일반적이지 않은 이 금액에 남편과 나는 관리비 백만 원 시대가 멀지 않은 거 아니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껴야 하는데 대체 얼마를 아껴야 하는지 가늠도 안 되는 숫자들의 조합이었다.
이렇게 공과금이 많이 올랐던 적이 있었냐고 부부가 마주 앉아 성토를 해보면 무엇 하랴. 이미 오른 금액은 납부해야 할 금액이고 앞으로 남은 겨울을 잘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보일러 온도를 낮추는 건 기본 중의 기본. 대략 난방비가 오르기 전에는 낮에는 외출모드로 돌리거나 21도로 유지하고 밤에는 22도 너무 추울 땐 23도를 한 시간 정도 돌렸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다. 집안 공기를 더 낮춰야 했다.
일단 1도 내외로 낮춰서 낮에는 19도에서 20도, 밤에도 21도에서 22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서늘해진 공기에 겉옷을 입어서 따뜻함을 채웠고 수면 양말도 열심히 꺼내 신기 시작했다.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는 긴팔이 좀 불편한데 그럴 때는 조끼가 아주 유용했다. 집에서 늘어져 있느라 가볍게 입었던 옷들이 두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건 밤 시간이었다. 집이 정동향이라 하루종일 해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게 가장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식구들이 모여 있는 주말 낮은 그럭저럭 사람의 체온과 훈훈한 공기로 견딜만 한데 문제는 밤시간이었다.
난방비가 인상되기 전에는 잠들기 전 보일러를 틀어놓고 자거나 온수매트를 이용해서 잠이라도 편하게 자자, 이런 주의였는데 난방 온도를 내리고 보니 잘 때가 너무 아쉬운 거다.
궁색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웅크리고 자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잘 때만큼은 그래도 반팔을 입고 자려는 내 습성이 더해져서 그런 모양이었다. 잘 때마저도 긴팔에 양말을 신는 딸아이를 보며 늘상 "갑갑하지 않니?"로 응대했는데 이제라도 그 습관으로 갈아타야 하나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보온 물주머니 생각을 왜 못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