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문양의 필통한국에서 거주할 당시, 한국에서 구매한 필통
박소영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한국에 가게 되셨나요?
"1995년, 소르본누벨대학교(파리3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교육학 석사를 하면서 프랑스어 강사로도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학교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국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어 강사를 모집한다며 주서울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그런 뒤 연세대학교 프랑스어 학과에서 프랑스어 전임강사 자리를 제안 받았어요.
한창 한국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고민 끝에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이다도시 후임으로 제가 그 자리에 가게 됐어요. 저는 앙제(Angers) 출신인데, 앙제대학교에서 공부했을 당시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았어요. 아시아 국가에 대한 호기심의 싹이 아마도 그때부터 심어졌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한국과 인연이 닿을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 처음부터 7년을 생각하고 한국으로 떠나시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조금 나눠주세요.
"저도 7년을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1년을 계약하고 갔는데요, 지내면 지낼수록 한국이란 나라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계약을 거듭 연장하다보니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신촌에 있는 연세대학교 프랑스어과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어요. 또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프랑스어 강사로 일했어요. EBS 프랑스어 강사로도 일했는데, 동영상도 찍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동료 교사들 모두 저를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그래서 7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에서 잘 적응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한국 학생들은 배움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어를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한국 여행도 많이 했어요. 그중에서 보성녹차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푸르른 녹차밭이 계단 모양으로 층층이 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 있는 절도 많이 찾았어요. 한국 전통 건축양식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또한, 한국의 벚꽃 가득한 봄과 가을 하늘 및 단풍을 사랑해요."
- 선생님께서는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오랜 기간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계신데요, 외국어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철학 또는 의견이 있을까요?
"언어는 다른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외국어를 배우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더 많이 알 수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제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어도 조금 배웠는데요, 다른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지도 알게 됐어요. 모국어만 알면 내 세계에 빠지기 쉬워요. 하지만 다른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비단 프랑스어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제가 이곳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바를 말씀 드리면, 프랑스 공교육에서는 영어 교육 비중이 낮은 편이 것 같아요. 프랑스인들의 영어 구사력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프랑스어는 주요 국제기구 언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요. 건축, 패션, 미술, 영화 등 예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에 유학도 많이 오지요.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저는 영어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어릴 적부터 배우면 좋다고 생각해요.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 비중이 낮은 편이기는 해요. 생각보다 많은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 채 바칼로레아를 취득하기도 해요. 공교육에서 더 많은 외국어 회화 수업이 제공되야 한다고 봐요. 또한, 프랑스는 외국어 수업을 위한 외국인 교사 수가 적은 편이라서 더욱 채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