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말,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에 다녀오다

등록 2022.12.29 09:09수정 2022.12.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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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다시 들린 평산마을 매미소리(세계일보, 8월 22일)"
"文 귀향 7개월 만에 평온 되찾은 평산마을… 유튜버 관심도 '시들'(한국일보, 12월 6일)"


2022년 연말, 문 전 대통령의 귀향 7개월 차에 평산마을이 예전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직접 평산마을에 다녀왔다. 
 
 28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마을 모습.
28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마을 모습.곽명곤

28일 오후 들른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여느 시골 마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롭고 적막했다. 마을을 지나다니는 '지산1' 마을버스 안에는 노인 승객이 드문드문 보였고, 동네를 거니는 주민보다 전기차 등 탈 것이 더 많이 오갔다. 그럼에도 마을회관 속 노인 경로당에서 간간이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어떤 친숙함이 느껴졌다.
 
 평산마을 입구로 향하는 도로의 모습.
평산마을 입구로 향하는 도로의 모습.곽명곤
 평산마을 마을 입구와 경호구역 표지판.
평산마을 마을 입구와 경호구역 표지판.곽명곤

다른 시골 동네와 비교되는 부분은 마을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의 존재였다.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 도로 펜스에 태극기, 새마을기, 미국 성조기 등이 수십 개 꽂혀 있었고, 그 맞은편의 삼림 펜스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들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이곳을 지키던 두 중년 남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적 처벌에 대한 내용을 반복해 외쳤다.

또 마을 내부에 들어서자 '現 지점부터 경호구역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등이 보였다. 이는 지난 8월 '사저 울타리'에 한정돼 있던 경호구역이 '울타리에서 최대 300m'까지 늘어나게 한 조치의 일환인 듯했다. 이러한 현수막과 표지판이 평산마을 곳곳에서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하고 양산 평산마을에 전입신고했다. 그는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라고 했지만, 40여 가구의 100여 명 주민이 살던 이 작은 마을은 전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이 주도한 집회·시위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곽명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곽명곤
 
"요즘 평산마을 찾는 사람이 있나요. 사람들 올 이유가 없잖아요."

경냠 양산의 한 택시기사 이야기다. 그의 말처럼 마을 내 경호구역을 30여 분간 거닐 동안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저 입구 길목에 차를 세웠다가 대통령경호처 인력으로부터 "여기서 차를 세우면 안 된다"며 제지당한 한 여성이 전부였다. 

"요즘은 어쩌다 한 번씩 주말에 들러 차 타고 사저 주변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예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대통령님 자택이 다른 민가에 가려서 잘 안 보이잖아요. 여기 올 이유가 크게 없겠죠."

마을회관 앞으로 운동을 나왔던 한 평산마을 주민의 이야기다.


그는 이어 "대통령 사저가 상대적으로 마을 위쪽에 있잖아요? 그래서 마을 입구에서 벌이는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이 거의 안 들릴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을회관 인근에선 집회 소음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문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 들어섰을 땐 더 작아져서, 의식해서 듣지 않는다면 그 소음의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려울 법했다.
  
다만 만난 주민들은 외부인의 취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주민은 "난 평산마을 주민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후 마을로 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저번에 몇 마디 했더니 TV에 나와 마을 주민들로부터 야단을 맞았다"며 취재를 사양했다.
 
 평산마을의 모습.
평산마을의 모습.곽명곤
 
2022년 문 전 대통령을 맞이한 평산마을은 마을 역사상 가장 큰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2023년에 평산마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연 '잊혀진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곽명곤 #평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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