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김성동 작가의 유작이 된 우의소설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
이서방 제공
그 중 첫 번째 원고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이서방)가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이 책은 동물을 의인화하여 쓴 '우의소설'이다. 김성동 작가 자신의 고향, 충남 보령 시골 아기염소 '빼빼'가 도시를 거치며 사람 세상에서 나서 죽는 동안의 이야기다.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는 1981년 도서출판 백제에서 같은 제목으로 정준용 선생 그림과 함께 처음 나왔다. 이후 2002년 청년사에서 역시 같은 그림으로 제목만 바꿔 <염소>로 개정판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는 완전 개정판이다.
개정판이 나온 그간의 사정은 작가가 책 뒤편에 쓴 '글지 말'(2022∙2002∙1981 각 머리말 격 글) 세 개를 읽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복잡하면서도 한편 아주 단순한 재미가 있는 '글지 말'이다.
개정판에서는 전작과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사 화가 이진하가 야심 차게 그려냈다. 또한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어려운 김성동 작가의 소설 속 토속어를 현재의 규정과 맞춤으로 '우리말 풀이'를 첨가했다.
하지만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은 따로 있다. 맨 뒤 '업(業)'이라는 꽤 긴 글 뭉텅이를 완전히 빼버렸다. 없애고 나니 신기하게도 어느 시간이나 세월, 어느 공간과도 상관없이 완벽한 시작과 끝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이 비유 또는 상징하는 것은 '1980년 광주'와 '인류보편은 어디로 가나?'이다. 42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이서방'의 대표 이장곤 시인은 띠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42년 앞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라면 지구, 사람, 훼손 0.042℃"
주인은 없지만 잔치는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