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직접 그린 수선집 '레이디 가든' 내부 모습그림 중심에는 가죽, 앙고라 등 각종 소재가 적혀 있는 표가 벽에 붙어 있다. 그 밑에는 분무기, 흰 병, 원형 연필통 등 잡동사니가 이리저리 놓여 있다. 그 오른쪽에는 2단 옷걸이가 자리 잡고 있다. 패딩과 재킷 등 겨울 옷가지가 걸려 있다.
구본희
마지막으로,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자신의 성장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구 교사가 실제로 사용하는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를 학습지에 실어놓고, 학생들이 직접 자기 모습을 돌아보며 점수를 매겨본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적어낸 소감에서도 성장의 흔적이 선명하게 묻어난다.
"(내년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후배들에게) 얘들아 처음 해보는 종류의 과제라고 절대 떨거나 벌써부터 좌절하면 안 돼. 자신감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 처음 섭외 갈 때 직접 말을 걸고 부탁드려야 하는데, 자신감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어. 또, 글 쓸 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 그게 최고야. 다 쓴 글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피드백 속에서 새로운 글로 탄생하게 될 거니까 고쳐 쓰는 것도 두려워하지 마."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인터뷰는 처음 도전해 보는 종류의 과제여서 처음에는 떨리고 두렵기도 했다. 막상 해보니까 두려운 건 사라지고 재미만 남아 있었다."
"나는 이 [가게 이름]을 소개하면서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갖고 있던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다. 사장님과 얘기를 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잘한 점은 인터뷰에서 사장님이 말한 걸 잘 듣고 정리했던 것이다. 친구들의 인터뷰 내용도 잘 들었다. 글 쓰는 능력이 훨씬 늘었고, 그 덕분에 다른 글들도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모으면서 내가 이 동네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거 같다. 앞으로도 이런 동네에 대한 탐구를 더 했으면 좋겠다. "
듣기/말하기/쓰기 능력까지 국어과 성취기준을 골고루 달성한 것은 물론, 그 밖의 역량인 도전의식, 자신감, 협업 능력까지 쑥 자랐음을 학생들 스스로 증언한다. 자기 학습의 주체가 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이런 수업이 국어 과목에서만 가능할까? 용인 구갈중학교 체육 교사 이진원은 학교가 학생들의 삶에 필요한 실제적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체육 수업을 단순히 개인의 체력 증진을 위해서가 아닌, 지역과 연결시킨다.
올해 1학기 수업 내용은 '치어리딩'이었다. 8가지 기초 동작을 알려준 뒤 학생들은 팀으로 안무를 창작하고, 대형을 구상하여 팀 작품을 완성해야 됐다. 여기까지는 팀 활동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여느 수업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치어리딩을 실제 세상에 사용하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한 곳이 어디 있을지 검색하게 하고, 직접 연락을 취해보도록 도왔다. 시청, 문화 재단, 체육회 등에 지역 행사가 없는지 알아보다가 용인시 배구협회장배 남녀생활체육 배구대회 하프타임 쇼로 배구 팀을 응원하는 치어리딩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됐다. 관중 200-300명이 모이는 꽤 큰 규모의 무대다.
이 교사와 줌으로 인터뷰를 하는데 갑자기 시끄럽게 동작을 연습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되게 시끄럽죠? 자기들끼리 알아서 서로 가르쳐주고 연습하는 이 장면이 저는 너무 좋아요. 학생들이 수업이 끝났는데 나가질 않아요. 자기 동기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어요." 배운 것을 보여주고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청중이 있는 무대에 나가기로 한 순간 동기 부여가 시작된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는 중 3 학생들 덕분에 구갈중학교 전체에 치어리딩 바람이 불었다.
보통 체육수업에서 자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살 빼야지'라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대화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학생들은 관중석에서 어떻게 보일 것 같은지를 기준으로 대형을 고민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안무에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프로젝트 내내 평가를 위한 문서상의 수치와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세상을 무대로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