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아래 호칭 생략)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연 이후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여당 실세라는 '윤핵관'들과 각을 세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준석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다. 과연 이 두 가지 이유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관심을 받을만한 것인지 하나씩 따져보고자 한다.
우선 이준석과 윤석열 대통령, 또 윤핵관들은 왜 싸우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을 향해 "또 싸운다'며 지긋지긋해 하지만, 사실 정치란 누군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과정이고, 그것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다. 또한 싸움을 잘 할 수록, 센 상대와 싸울수록 큰 정치인이 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준석 역시 당 내 친박세력, 당 밖 태극기 부대와 싸우며 성장했고, 당 대표가 된 다음엔 윤핵관들과 싸우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싸우는 재주가 이준석에겐 분명 있다.
하지만 정치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의미있는 싸움이어야 한다. 족적을 남긴 정치인들은 그저 잘 싸우기만 한 게 아니다.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하고, 더 평등하게 하며,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싸움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 당시에 목숨을 건 단식으로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를 쟁취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맞서기 위해 패배할 걸 알면서도 부산에서 계속 출마했다.
서로가 싫어서 싸우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정치
이런 정치의 본질에 비춰보면 이준석과 윤석열 대통령, 또 윤핵관들의 싸움은 부질없기 그지 없다. 그들의 싸움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공론장을 거의 점령한 듯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누구도 그들이 왜 싸우는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싸우는 본인조차 모른다.
이준석은 지난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도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과거 윤 대통령을 소에 비유한 것이 그 이유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준석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의 입당 시기를 두고 "우리 목장에서 키워서 잡으면 국내산 한우, 외국에서 수입해서 6개월 키우다 잡으면 국내산 육우, 밖에서 잡아서 가져오면 외국산 소고기다. 당원들과 우리 당을 아끼는 분들이 조직적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도우려면 국내산 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내산 육우 정도 되야 한다"고 발언했었다.
이 발언이 갈등의 발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준석은 "이런 것에도 기분 나빠하면 정말 어떻게 하냐"며 "그럼 집토끼도 동물 비유라 기분 나쁜가"라고 덧붙였다. 모두 쓸데 없는 말인데, 핵심은 이준석 조차 윤 대통령과 왜 관계가 틀어진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인식 정도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류의 갈등이 다른 영역에서 있었다면 어땠을지를 한번 따져보자. 만일 기업에서 어떤 내분이 있어 내부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 기업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나마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왜 싸우느냐'다. 만일 싸움의 이유가 회사의 미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이견 때문이거나, 회사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과정이라면 그나마 의미가 있고, 싸움이 잘 끝나면 오히려 회사는 더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만일 내분의 이유가 그저 경영진들 간에 인간적인 호불호 때문이라면 그 경영진들은 그야말로 퇴출각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권한을 맡기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기업조차 이럴진대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지금 서로가 인간적으로 싫어서, 또한 주도권과 권력을 나누기가 싫어서 싸우고 있다. 선출된 대통령은 퇴출될 수 없으니, 기업이었으면 윤핵관들과 이준석이 한 묶음으로 퇴출돼야 마땅한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