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초등학교 입학식 후에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호명으로 학급별로 모이고 있는 모습
김중희
독일에서 같은 해 태어난 아이들을 생일에 따라 이렇게 의무와 선택으로 나누어 놓은 것은 몇 개월의 차이일 뿐이지만 그 또래 아이들의 성장 속도와 발달 단계는 다를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우리 옛말에도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실제로 선택 취학 아동일 경우 독일 학부모들은 우리 병원 직원 B처럼 한해 더 유치원을 보내고 만 7세에 초등학교 입학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 살며 남편의 직장 관계로 자주 이사를 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세 개의 주에서 각각 초등학교 입학을 했고 셋 다 생일이 뒤쪽 달이라 취학 시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니더작센주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했던 큰아들은 입학식 날이 만 6세가 되는 생일날이였다. 제법 총명했던 아이라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했다.
그때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구가 작았다 뿐이지 뭐가 문제인가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늘 학급에서 가장 작은 아이였고 위축되어 있었다.
딸은 11월생으로 그 해에 입학해도 다음 해에 입학해도 되었다. 그 당시 유치원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딸은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에도 너무 어린아이가 학교로 왔다고 이슈가 되었고 담임 선생님께서 "어머니 아이가 아직 유치원과 학교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후 바이어른주로 이사를 하게 되어 3학년에 전학을 갔는데 그때도 아이가 만 5세에 입학을 한 것에 대해 학교에서 놀라워했다. 교장선생님은 "혹시 얘가 천재인가요?"라고 물었고 난 "아니요, 아주 평범한 아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교장선생님은 그렇지 않다면 만 5세에 학교를 보냈다는 사실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취학 기준과 2개월 차이일 뿐이었지만 독일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보편적이지 않다.
두 아이의 이른 초등학교 입학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우리는 만 5세 때 헤센주로 이사 오게된 막내를 만 6세가 아닌 만 7세에 초등학교 입학 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낯선 곳에서 이제 막 적응이 되려는데 유치원 때 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 학교라는 환경에 아이가 잘 적응 할지도 의문이였고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어서였다. 두고두고 잘한 선택이였다 생각한다. 입학식 때 사진을 보아도 만 7세도 아직 어리고 작기만 하다.
요즘 한국에서 만 5세 입학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세 아이를 키워 보니 이제 알 것 같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1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말이다. 독일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