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봄, 대문 밖 왼편에 방치된 공터를 꽃밭으로 일구었다.
송정순
다음날 아침, 심어놓은 모종들이야 잘 살아있겠지만 그래도 궁금하여 그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300미터 거리는 될 듯하다. 심어놓은 모종을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넷.
'네 이름은 메리골드, 예쁘게 피어나라. 풍성해져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재작년 봄, 대문 밖 왼편에 방치된 공터를 꽃밭으로 일구었다. 두어 평 남짓한 남의 땅. 자그마한 비닐하우스가 찢어진 채로 펄럭이며 흉물로 서 있고 흙바닥은 온통 잡초에 담배꽁초, 병뚜껑이나 캔, 유리 조각 등 각종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거슬리긴 해도 남의 땅이니 별 도리 없이 지나쳤다. 어느 날 비닐하우스가 걷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쓰지도 못할 손수레가 놓이고 폐목재 합판 같은 것들이 세워지고 쓰레기들이 더해졌다.
꽃밭 풀매기 과정에서 솎아내는 화초들이 아까웠다. 버리느니 공터에다 심으면 어떨까. 지나다니는 이들 보기에도 좋으리라.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파내고 유리조각과 사금파리들을, 구부러진 녹슨 못들이나 찌그러진 철 조각을 끄집어내면 나달거리는 비닐들이 끝도 없이 삐져나왔다. 앞집 어르신 이따금 참견하시고. 시골은 걸핏하면 네 땅이네 내 땅이네 싸워대 남의 땅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고.
"나는 꽃도 안 예뻐. 사는 게 재미가 하나도 읎어."
그런 분이 자주 꽃밭에 관심을 보이신다. 저 꽃은 어디서 난겨? 이쁘네. 색색의 리빙스턴데이지의 화려한 자태가 어르신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어디서 샀냐고 물으시기에, 드릴까요? 하고는 세 포기 퍼내 그 집 대문 안 마당 라일락 아래 심어드렸다. 묻지도 않은 꽃소식을 곧잘 전해주신다.
"낮에는 활짝 피어있더니 지금은 오므렸어. 우산살처럼 펼쳐진 게 너무 예뻐."
공터에 심은 꽃들은 남의 꽃 같은지 맘에 드는 화초는 집안에 들이고 싶어 하신다.
"예예, 드리지요. 얼마든지요. 지금 더 갖다 드릴까요?"
"아니, 내년에."
지저분한 공터일 때는 냉큼 지나쳐 안으로 들여놓던 발걸음이 꽃밭 앞에서는 오래 머문다. 수시로 나가보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메리골드, 달맞이, 꽃양귀비, 양달개비, 홍화민들레, 나리꽃, 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