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캠프페이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됐다
피스모모 제공
캠프페이지는 오랜 도록 갇혀 있던 땅입니다. 이 땅을 시민의 것으로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결정을 위임받을 지자체장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말에 세부적인 계획과 설계가 더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강원도청 신축 이전 결정과 같이 선출된 권력이 '대의'하지 않고 '임의'로 결정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춘천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없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미 이전했으며, 오는 6월 용산 미군기지를 완전히 반환받고, 시민공원으로 곧바로 조성하여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3만㎡에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 전체 부지 가운데 약 10%인 21.8만㎡에 대한 반환은 이미 완료됐고, 오는 6월, 전체 부지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50만㎡를 반환받는 대로 모두 시민공원으로 개방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에 따르면, 완전한 반환과 토지오염 정화 절차를 완료해 시민공원화하는 시점은 미군기지의 완전한 반환시점으로부터 7년 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시민공원 개방계획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요?
부산의 하야리아 부대가 있던 땅에는 시민공원이 들어섰으나, 2021년 토양 정화작업 부실논란에 휩싸였습니다. 10년 가까이 진행했던 토양정화작업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오염된 흙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미군이 부산시에 부대자리를 공식 반환한 이후, 국방부가 127억 원을 들여 진행한 정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토양 오염 문제를 완전히 개선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현재 용산시민공원 개방계획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미군기지가 있고, 일부는 반환되었거나 반환예정입니다. 미군이 사용했으나 미군에게 정화책임이 없는 현재 상황은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염된 미군기지의 땅들은 한반도 분단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춘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간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도 꼼꼼하게 토양오염 검증을 요구하고, 체계적인 반환절차를 추진해왔습니다. 춘천시정의 성과라기보다는 춘천시민들의 성과라고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차려둔 밥상 앞에서 춘천시장 후보의 고민과 책임있는 태도를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려둔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노력조차 없는 것 같이 보입니다.
정책이 사라지고 양당 경쟁구도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 현실, 거대양당의 경쟁 구도 속에서 치루어지는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캠프페이지에 무어라도 지어서 그것을 시정의 성과로 남기려는 접근은 강원도청사 이전결정과 같은 졸속행정을 낳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은 과정에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을 남겼는가 아니라 '어떻게' 그 과정이 진행되었는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춘천시민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피스모모의 리서치랩 실장과 피스모모평화/교육연구소의 연구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덕적 상상력』(레더락 저, 글항아리, 2016)과 『체계적인 평화세우기』(리사 셔크 저, 대장간, 2014), 『갈등 영향 평가와 평화세우기』(리사 셔크 저, 피스모모, 2021) 등을 번역했다.
공유하기
윤석열식 용산 집무실 이전, 춘천에서 반복될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