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포성 북두칠성선명하게 보이는 일곱 개의 별
조주영
앞차 브레이크 등에 의지한 채 1시간 남짓 달렸을 때 앞에 앉은 언니가 창문을 열며 별이 잘 보인다고 했다. 익숙한 흙냄새와 비료 냄새가 훅 들어오며 까만 하늘에 점점이 박힌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가 보다. 어두운 밤 좁은 언덕길을 올라가니 이동 매점 불빛이 도착점인 걸 알려준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단단히 챙겨 입은 후 당포성으로 걸어갔다.
사진 찍기에 열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손전등조차 맘대로 켤 수 없었다. 임진강을 옆에 끼고 100미터 정도 걸으니 당포성 돌벽이 나온다. 그 위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향해 올라가는 나무 데크가 단정하다(당포성-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778번지 일원에 있는 삼국시대의 성. 사적 제468호).
나무 데크 끝에서 하늘을 보니 그야말로 무수한 별들이 쏟아진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북두칠성이 아주 또렷하게 보인다. 그 뒤로 무수한 작은 다이아몬드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놓아져 있다. 별을 보며 설렐 줄은 몰랐다. 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갈까 말까 망설였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뜨거운 싱어즈' 재방이나 보며 일주일 피로를 날려볼까도 생각했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별 보는데 실례가 될까 휴대전화 전등 빛도 조심스러운 깊은 밤에 펼쳐진 별세계는 정말로 별스러웠다. 더덕더덕 내려앉은 나이를 잊게 하는 순수한 세계였다. 별빛으로 검푸른 하늘이 이리도 나를 황홀하게 할 줄 몰랐다. "하아..." 감탄하며 한참을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였다가는 그새 또 고개를 들어 별을 보았다. 지루하지가 않은 게 정말 신기하다. 한 번 보면 반해버릴 밤하늘 별 잔치였다. 그동안 저 멀리서 홀로 높이 떠 있던 별이 아주 가깝게 내려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