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유적 빗살무늬토기 디자인과 패턴
뒤란
나는 이 책에서 아는 만큼 안 보인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나 개념이 본질을 볼 수 없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껏 보이지 않은 것이 새롭게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자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 이미 공리가 되어 있는 이론을 부정하고 새로운 바탕에서 우리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지금껏 신석기 미술을 풀지 못했다는 '사실'보다는, 이것을 풀지 못했던 그 이유, 그 '내력'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이 책에서 그 내력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미술사에서 신석기 미술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기에 그 뒤 청동기와 삼국시대, 신라와 고려 미술, 조선 미술까지도 그 본질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신석기 미술사이기 때문에 본격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삼국의 수막새 디자인과 패턴, 마한의 옹관과 구멍단지, 신라 금관과 가야 그릇의 패턴, 성덕대왕신종과 첨성대의 구상, 고구려벽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분청자 디자인과 패턴, 조선민화가 담고 있는 세계관을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신석기 세계관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 또한 한국미술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청동기 미술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한국미술사가 신석기 미술을 공백으로 남겨 놓았기에 청동기 미술 또한 공백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고인돌은 왜 그런 모양인지, 그 구상은 어디에서 왔는지, 비파형 청동검은 과연 검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청동거울과 다뉴세문경 패턴은 무엇을 구상으로 한 무늬인지, 청동기 시대 암각화는 무엇을 새긴 것인지, 청동방울은 도대체 무엇을 구상으로 하여 만든 것인지, 이런 것을 낱낱이 풀어낼 것이다. 청동기 미술은 신석기 미술을 풀었을 때만이 제대로 보이고 마침내 밝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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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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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토기 패턴, 기하학적 추상무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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