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원들과 축구에 관심있는 여성들이 함께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김혜현
'그래, 이건 경기구나. 전략이 필요하지. 공간이 좁으니까 우르르 몰려다니면 자꾸 흐름이 끊어지는구나. 적당히 위치를 잡고 패스해주기를 기다려야겠다.' 머리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작 몸은 따라가지 못해서 헛발질을 여러 번 했다. 아쉬움과 두려움이 교차되며 끝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숨 가쁨과 희열인가.' 함께 뛰어서 기쁘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팀을 나누어 공을 가지고 게임을 했던 순간들이 막 떠올랐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그렇게 첫 훈련이 끝나고, 3번의 연습을 더 했다. 방역수칙과 인원제한, 서울과 경기 각 지역에서 당원들이 오기에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3~4번째 연습은 실외 풋살장에서 했는데,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한번 뛰고 나면 다리가 아파서 절뚝 대다가도 연습하는 날이면 또 잊어버리고 열심히 뛰었다. 공을 찰 때는 아프다는 생각이 안 났다.
'이걸 받아서 누구한테 넘겨주지?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을까?' 상대편이 한 골 넣으면 우리 편이 넣은 것만큼 기쁘진 않은데 그래도 신이 났다.
'아니, 너무 잘하잖아!' 감탄을 하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몸이 부딪히면 서로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말하기 바빴다. 감독님도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매번 가르쳐 주실 때마다 잘 못해도 괜찮다고 지지해주셨다. '아니, 왜 말을 못 알아듣냐?'고 할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그런 말 없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분은 한국에서 여성학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첫 번째 남성이었다.
함께 참여한 녹색당원 중에 한 여성당원은 10대인 딸과 함께 참여를 했다. 원래는 엄마만 참여하려고 했는데 13살 초등학생인 딸도 공을 한번 차 보더니 재미있는지 열심히 연습과 경기에 참여했다. 몸이 어찌나 빠른지 나중에는 골도 여러 번 넣고, 1시간 내내 뛰어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어른들과 하는 경기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은 아직 어려서 당원이 될 수 없는데, 아빠라도 입당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FC녹색당 꿈나무, 서로 잘 키워줘야지. 세상을 멋지게 만들고 싶으니까! 중학생이었던 나는 함께 축구할 여자들이 없어서 그냥 그만두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으니까. 취미로 축구를 하고 싶은 여자들도 이제는 함께 뛸 사람들이 있다!'
외연이 확장된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