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농민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오창균
농민기본소득,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
필자는 몇 년 전에 우연히 마을 근처 골프장에서 새벽 시간에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새벽에 출근하여 아침 9시 이전에 퇴근하니 주업인 농사일을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 일로 매월 일정 금액의 수입이 생기자 그동안 부분적으로 시도해왔던 친환경농사를 모든 작물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났다. 그 이유는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면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소득 감소를 벌충할 수 있는 가외 소득(농외 소득)이 있으니 걱정없이 도전할 수 있는 배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솔직히 주변의 많은 농민들은 나의 경험처럼 '일정한 수입이 고정적으로 보장이 되면 농약 덜 쓰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겠다'라고 말한다. 내가 농민기본소득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기본소득이 부여하는 실질적 자유, 당면한 농업·농민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자신한다.
사실 농업·농민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농업의 현실이 농민 양극화를 심화·확대하고 절대 다수의 소농들과 고령농들은 농외소득(이전소득)에 의존해야만 삶이 영위되는 비정상을 바로 잡아야만 면 단 위에 농자재 가게도 문을 열고 미장원과 중국집도 활기를 띨 것이며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이 형성되어 농촌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박진도 교수가 농민기본소득을 사실상 반대(박 교수는 기본소득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기본소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하며 주장하는 '위장 농민의 불법수령', '농지임차료 급증 및 농지유동성 저하', '비농민과의 갈등 유발' 등은 농업·농민 문제의 근본을 비껴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관련기사:
이재명·도올 대담 못다 한 이야기 http://omn.kr/1wtru).
박 교수께서 주장하는 논거들은 이미 공익형직불제 도입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제도 자체를 위협할 만한 요소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부정적 요소를 극대화하여 청년들이나 은퇴한 국민들이 농업·농민으로 진입하는 장벽을 높이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박진도 교수는 농민기본소득 대신 공익기여직불금과 농촌주민수당( 소멸위험지역주민수당)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소득 보전정책은 철저하게 규모화·전업화 된 대농 위주로 설계되어 왔고 그로 인해 직불금 단가가 인상될수록 농민층 내 소득 격차는 확대되는 문제를 양산해왔다.
지난해 지급된 공익형직불금 2조 4천억 원 중 43만 가구(가구당 2.2명 기준 94만6천 명)에 소농 직불금은 5162억 원, 면적직불금은 69만 명에 1조 7607억 원이 지급된 사실에서 증명된다.
이 때문에 박진도 교수의 주장처럼 공익기여 정도에 따라 직불금 수령의 차등을 두는 방식과 직불금 단가인상으로는 지금의 면적직불금 중심 체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소농직불금을 농민기본소득으로 재구성하고 면적직불과 선택형직불을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뜩잖은 지방소멸론
한편 박진도 교수는 여러 차례 농촌주민수당이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으로 같은 농촌지역 내 주민중에서도 '국토·환경·문화·지역'을 지키기 위한 기여 정도에 따라 선별하여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위 오마이뉴스 기고에서는 농촌주민수당을 '소멸위험지역주민수당'으로 더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 소멸 문제는 이미 농업의 영역을 떠난 국토균형발전과 연동된 사회문제다. 물론 농업·농민의 현실이 응축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지방소멸론은 농촌 난개발을 위한 바람잡이 논리로 들릴 때가 있다. 농촌에서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오고 있는 내부자의 눈으로 봤을 때 농업이 지역사회 재생산의 원동력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한계가 투영된 것일 뿐, 있는 땅덩어리가 없어지거나 강산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므로 뭔가 또 한탕하려는 구색 맞추기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솔직히 나는 '지방소멸론'이 마뜩잖다.
그래서 박진도 교수의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이 '소멸 위험지역 수당'으로 역진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고 각 당 후보별로 농·어업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당 후보의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확신, 진보정당 후보의 명쾌한 농민기본소득 방향이 매화꽃 만발한 3월, 파종을 서두르는 농심을 모을 강력한 구심력으로 작동되길 기대한다.
- 농민기본소득 전국운동본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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