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노원구 월계동지점 통폐합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이 내년 2월에 문을 닫는데요. 저기 있는 국민은행도 12월에 문 닫는다는데, 이렇게 많은 세대가 살고 있는 동네에 은행 하나 없는 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 늦가을, 동네 주민들이 34년 동안 이용하던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은행 앞에서 마주치는 주민마다 저를 붙잡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저 불편하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분들께서 걱정과 한탄 섞인 말씀들을 하시는 걸 보며 '얼마나 절박하시면 우리처럼 힘없는 작은 당에게 힘 좀 써달라고 말하실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결정된 걸 어떻게 바꾸냐'는 사람도 있었고, 기성 정치인들조차 안될 일이라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주민의 힘을 모으는 것뿐이라 생각하고 주민들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주민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과정을 전하고자 합니다.
노원구 월계3동은 주거 형태의 98%가 아파트입니다. 그 중에서도 미성·미륭·삼호아파트는 3930세대로 가장 큰 아파트에 속합니다. 어느 날 이 아파트 단지 안의 은행 지점이 두 개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까지 합하면 거의 1만 세대, 약 3만 명이 이용하는 은행이었습니다. 이 곳 주민들은 60대부터 90대까지 노년층이 대다수입니다. 어르신들은 '은행이 없어지면 앞으로 돈 찾고 보낼 때 어디를 가야 하냐', '다리도 아프고 몸도 힘든데 버스 타고 택시 타고 은행을 다닐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은행은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하는 것이니 폐점이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디지털창구가 기존의 창구업무를 거의 모두 대체 할 수 있다면서요. 이제는 디지털로 바뀌는 게 추세이니 노인들도 배워서 편하게 이용하시라, 어려움이 없으시도록 디지털 창구 옆에 직원도 한 명 두고 최대한 배려하겠다 말했습니다. "이게 대세인데 어쩌겠냐"는 그들의 말 앞에 어르신들은 작아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소외감은 이윽고 불안감으로, 불안감은 곧 분노로 바뀌어갔습니다.
"디지털인지 키오스크인지, 지금 있는 ATM기계도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새로운 기계는 어떻게 쓰겠냐."
오늘 배운 거 내일 잊어버리는 나이인데, 아무리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못 할 일이다."
창구가 있어야 은행이지 디지털로 바뀌면 우리에겐 은행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동네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은행이 수익만 좇아 나가는 것에도 배신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면 창구 몇 개, 직원 몇 명이라도 남겨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수십 년 그 은행을 이용한 고객으로 너무나 정당한 요구였습니다.
뭐라도 해보자... 폐점 반대 행동에 나선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