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있던 곳에 들어서는 다리 징검다리가 있는 개울이 사라지고 높은 다리가 건설되고 있다
김영희
상주인구가 30여 명 정도이고, 그나마 고령화로 주민이 점점 줄어드는 마을이다. 물론 적은 인원이 살아도 홍수피해를 당하면 안 되겠지만 비교적 안전한 지형의 작은 산골마을에 수십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토목공사를 벌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자연 암반과 바위와 풀, 나무 등이 적절히 유속 조절해주는 곳을 굳이 댐처럼 깊게 파서 벽과 바닥에 평평한 돌을 붙이고 높은 다리를 놓고 문전옥답에 포장도로를 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공사가 끝나면 마을은 어떤 모습이 될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좋게 되겄지.'
마을 사람들은 막연히 마을이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품는다. 더구나 보상비로 마을에 46억 원이 풀렸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이미 좋고도 남았다. 산골 농지로는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금액을 받았다고 배를 두드린다. 보상비가 땅값을 올려놓은 것이다.
나랏돈으로 이 작은 산골마을까지 알뜰히 챙겨서 큰 공사를 해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나랏돈이 우리가 낸 세금 아닌가. 작년 섬진강 방류로 인한 금지, 곡성, 구례 지역 대홍수 참사는 아직 보상을 못 받았는데 산골마을 공사는 착착 진행이 된다. 공사가 끝나서 길이 훤히 나면 땅값이 더 오르리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마을 공사가 끝나면 마을은 이전 마을이 아닐 것이다. 토목공사로 건설회사 배부르고 마을 주민은 땅값 올라서 좋은 사이,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오래된 마을 하나가 사라지는 참이다. 이 개울에 살던 온갖 생물들은 다 어디로 갈까. 수달이 다시 올라올 수 있을까. 갈 곳을 잃고 두리번거리는 수달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