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한 노인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선민, 정윤경
윤종권(86)씨는 본인의 보행속도에 비해 녹색불 지속시간이 짧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두렵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종로에 올 때마다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북적여서 평소보다 걷는 게 더 힘들어. 일부러 신호를 기다렸다가 다음번에 건너는 게 더 낫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윤씨는 5년 전 시내버스를 타고 있던 중 차가 급회전하면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고관절을 다쳤다. 인공뼈로 대체하는 대수술을 받은 뒤 윤씨는 지팡이에 두 다리를 의존하고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서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은 데다 관절 등 건강 상의 이유까지 더해지다 보니 청장년층에 비해 노인들이 보행 시 겪는 어려움이 더 큰 상황이다. 통상 횡단보도 보행 시간은 보행 진입시간 7초에 횡단보도 1m당 1초를 더한 값을 기준으로 삼는다. 고령자 등 교통약자 밀집 지역은 횡단보도 0.8m 당 1초로 보행시간이 더 긴 편이다.
경찰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보행속도는 1초당 0.85m로 측정되며 지팡이 등 보조 장치를 동반하는 경우 초당 0.7m로 더 낮은 수준이다. 고령자가 교통약자 밀집 지역이 아닌 일반 구역을 건널 시 사고 위험이 더 큰 것이다.
20대인 기자가 약 22m 7차선 도로를 건너는 데 18초가 걸렸다. 경찰청의 셈법에 의하면 고령자는 25.8초가 걸리고 보조 장치를 한 고령자는 이보다도 1초가 더 든다. 기자에 비해 고령자 보행속도가 약 1.5배 더 소요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종로5가 파출소 관계자는 "노인 보행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교통경찰이 노인정에 직접 방문해 교통사고 예방 교육 등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전체 보행자 사망자 중 절반이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