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아니스트’의 권오경 활동가
서울시NPO지원센터
- '아니스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단체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니스트는 망 중립성 연구소입니다. 망 중립성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탈중앙화, 분권화, 저널리즘, 토큰 이코노미 등이 떠오르는데요, 여기서 분권화(Decentralization)란 기술적 형태, 성능만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ed)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상용화 단계에서 중앙 수탁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애초의 공정분배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반면 분권화는 실제 활용 단계에서 어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가 분산화를 수행하는지 판별합니다. 저는 이 사회과학적 기준을 충족한 거버넌스가 올바른 저널리즘을 통해 전파되고, 토큰 이코노미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토큰 이코노미란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결합된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 정도로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투표에 의한 임명장이나 달란트, 상장 등과 같이 돈이 아닌 비영리 차원으로 다양한 경제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정신병동에서 도입되어 성과를 내면서 최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영상 자영업자로 일했습니다.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될 무렵,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고래야'라는 퓨전국악 밴드를 우연히 만나 뮤직비디오와 음악 다큐 작업을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여러 밴드 뮤지션들을 만나 협업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때 우연찮게 전인권 선생님을 만나 뵙고 다큐 작업을 제안 받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인디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 수익구조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모습들을 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명인 또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에 자극적 결과를 바라는 상황이 이어졌고 저는 작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랐는데 그것이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죠. 이후, 영상 사업을 중단했고,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독립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생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제가 영상 자영업과 다큐 작업을 하고 음악인들을 만나며 항상 저작권 생태계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 있는 듯합니다.
저는 저작권 생태계를 지금보다 더 개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고 선행적으로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 신원 인증에 대한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저작권이 문제가 되어 예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의 원인에는 신원 인증에서 기본적인 설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다면 여기서 자기주권신원이란 무엇인가요?
"자기주권신원(Self-Soverein Identity)이란 용어는 외국에서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가설일 뿐 상용화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정의 내리긴 어려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절차와 이를 위한 해결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국어인 신원과 영어인 아이덴티티(Identity)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재 '신원'이란 영어로는 아이덴티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텐티티는 사회에서 인식되는 논리적 개념이라 봐야합니다. 반면 우리말 신원의 한문은 몸 신(身)과 근원 원(元)을 사용합니다. 어원으로만 따지면 물리적 판별이 가능한 실체적 개체를 의미합니다.
결국 아이텐티티와 신원은 개인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는 다른 용어인 것이죠. 저는 이 물리적인 것과 논리적인 개념 두 가지를 다 포괄할 수 있어야 그게 가장 궁극적인 개인 신원인증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경우 사회적 아이덴티티만을 유일한 인증 기준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라든지 미국의 소셜시큐리티( 사회보장번호) 등은 결국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지닌 보증인이 특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아이덴티티가 존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을 한 뒤에 부여된 경우이거든요. 이러한 방식의 신원인증 기준의 경우 어떤 실재하는 물리적인 형체가 없고 그냥 논리적인 개념 증명에 불과한 형태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신원 부여는 예외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대하여 신원을 발급할 수 없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난민이 예시가 될 수 있는데요, 신원을 발급하는 신뢰기관이나 이를 인허가 받은 인증사업자가 그에게 신원을 부여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자기주권신원은 현재 우리 정부가 밀고 있는 디지털 뉴딜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며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현행 마이데이터 시스템은 금융사, 플랫폼 기업 등으로의 데이터 수탁(Custody)을 대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탁사를 위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의 개인정보가 이들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고 유출되어도,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발전되어 이제는 앞서간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 활용해 수익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영리 중심 논리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