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생각글과 그에 대한 나의 답글
남예린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이러한 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라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 반의 중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니, 바로 '생각 글쓰기' 프로젝트이다. 생각 글쓰기는 이미 교사들 사이에서 '주제 글쓰기'로 불리며 학교 현장에서 많이들 쓰고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주제를 교사가 주고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글을 써온다는 어감이 이름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여겨 '생각글'이라 명명했다.
"생각글쓰기" 활동은 두 가지 교육적 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첫째, '사고하는 자기주도적 글쓰기 교육', 둘째, '생각글 답글을 통한 교사와의 진정성 있는 라포(rapport) 형성'. 이 중 두 번째 목표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결론적으로 이 생각글 답글이 우리 반을 진정한 육사랑둥이로 만들어 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5줄의 생각글을 써오면 나는 최소 10줄 이상 답글을 수기로 남긴다. 또 아이가 15줄의 생각글을 써오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양의 답글을 남긴다. 모든 생각글은 연필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도록 했다. 즉, 아이들이 자신의 글을 통해 선생님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매 주 개별상담을 한 셈인데,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 학교의 존재감이 흐릿해지는 것을 막아주었고 우리 반 사이의 유대감을 심어주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생각글 공책을 돌려받은 뒤 상기된 얼굴로 내가 쓴 답글을 열심히 읽어보는 모습들이 어찌나 깜찍한지... 연필로 쓰게 한 것은 저 세상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하기 위한 특별지침이었다. 겸사겸사 소근육 발달도 되고, 눈 나빠지는 것 투성이인 요즘 교육 환경에서 이 아날로그 한 스푼은 내 고집이었다.
'학급문집, 책을 엮어보자'란 생각을 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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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랑둥이 생각글 레시피 ⓒ 남예린
생각글을 쓰자고 했을 때의 다양한 반응들, 첫 답글을 써 주었을 때 아이들의 놀란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부터 아이들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통통 튀는 생각들을 열심히 써오곤 했다. 생각글을 쓴 뒤부터 글에 무감각하던 아이들이 친구의 글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숨은 글재주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글을 꾸준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나도 생각글쓰기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고, 그들에게 듣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의 생각글 공책을 싸 들고 퇴근해서 밤에 답글을 써줄 때의 그 느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글을 보며 나도 많은 위로와 행복을 느꼈으니 말이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 권의 글쓰기를 한 이들은 이제 한 명의 꼬마 작가들이다. 이미 우리 반에서는 내가 그렇게 불러주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급문집, 책을 엮어보자.'
우리 반 아이들은 목요일 아침만 되면, 선생님이 오늘은 어떤 친구의 생각글을 읽을지 기대하곤 한다. 마음 같아선 보석같은 모든 글을 다 읽어주곤 싶지만 고르고 골라 고심해서 한두 편 읽어주곤 한다. 이렇게 구연동화같은 시간은 좋아하면서도 한두 명씩 자기 글 공책은 꼭 잃어버리곤 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책을 엮어보자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뭉클한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