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키즈치과 영수증한국이었으면 21만원에 했을 치료를 45만원에. 무시무시한 영국 사립 치과.
양영지
그럼 이제는, 영국 NHS치과를 경험할 차례였다. 집 근처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서 NHS 등록을 할 수 있는지 물어왔지만, 다 하나 같이 자리 없다는 대답이었고 몇 달 일지 몇 년 일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하나의 치과에서 엄마를 사립으로 등록하면 아이를 NHS로 등록해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NHS 아이 자리가 다 없다더니, 없는 게 아니라 영업 술인 것인가? 사립 치과 공립 치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병원에서 공공의료의 숫자 외에는 사립으로 등록받아서 비싼 의료비를 받고 치료한다는 것인가 보구나, 그제야 알았다. 그러니 부모가 비싼 돈 내는 걸로 등록하면 아이는 숨겨둔 NHS T.O.에 받아줄게, 그런 건가? 아니면 부모가 등록하면 없던 NHS 자리도 자녀 몫으로는 생겨나는 것인가? 알 수는 없다.
그렇게 어렵게 등록한 아이 치과에, 두둥, 또 갈 일이 생겼다. 어지간히 치과에 질렸던지, 크라운을 씌웠던 자리 잇몸에서 고름이 잡히고 터지고 다시 잡히기를 세 차례 하기까지 아이를 치과에 데려가지 않았다. 게다가 영어로 해야 하고, 그 의사도 영국인이라 아니라 동유럽 사람이어서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 이제 내 생활 바운더리의 영어에 불편이 없다 생각했던 시기에 다시 영어 좌절감을 주었던 것이 바로 치과였다. 의사는 다짜고짜 이를 빼자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이 어금니는, 앞으로 3년은 지나야 영구치가 나올 것 같은데 이를 빼고 나면 그 자리에 다른 이들이 쏠리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이에 가치 같은 필러를 장착하나요? 웃음가스는 있나요?" 하고 물었지만, 외려 화를 내다시피 답했다.
"이를 빼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예요? 이 빼고 아무것도 채우지 않아요. 그냥 두면 돼요. 웃음가스는 종합병원이나 가야 있어요."
이번에도 도망 아닌 도망을 쳐 나왔다. 이래서 영국 사람들 중엔 이가 드문드문 없는 사람들이 꽤 있구나. 살갗에 와닿던 순간이었다.
치과 유랑에 끝, 일주일에 세 번만 일하는 한인타운 뉴몰든의 여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시설은 오래되었지만, 아이 키워본 엄마에게서 흘러나오는 노련한 아이다루는 솜씨, '이러저러 이 뺄 뻔했다' 했더니 '다행이다. 어금니 지금 빼면 안 된다. 아직 오래 써야 하는 이다'라는 말에 '드디어 뭔가 한국식으로 소통되고 믿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술자를 만났구나' 안도감이 밀려왔다. 크라운을 드릴링해서 소독을 하고 가마감을 한 뒤 염증이 또 생기는지 한 달을 지켜보고 본마감을 하는 것으로 24만 원 돈에 일이 마무리됐다. 유난히도 이갈이가 늦는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어금니를 갈고 있는 지금도 아직 송곳니조차 안 빠진 상태로 아직도 그 부실한 이를 잘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 치과에 갔더니, 꼭 크라운을 제거하고 다시 크라운을 씌우는 방법이 아닌 이렇게 뚫어서 소독하는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때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게 치료했구나 싶었다.
영국 의료시스템은 좋은 점이 1도 없을까?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좋은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IT 소프트웨어 강국(스마트시티가 업무였던 입장에서 보면, 꼭 소프트웨어라고 붙여줘야 한다. 하드웨어를 보면 도무지 IT강국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이라는 게 실감나던, 지병으로 늘 받던 처방은 직접 병원을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처방을 받고 약을 배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예약하면 최소 2주를 기다려야 하는 만큼 이런 시스템은 긴요했을 것 같고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싶다.
어른은 감기로 예약하려면 2주가 걸렸지만, 아이들은 고열이 날 때는 예약 없이 GP에 가도 1시간 정도 기다리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넘어져서 머리를 박은 아는 언니가 GP에 연락하니 바로 오라 했다 하고, 24시간 뒤에 상태를 체크하는 리마인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신기하게 또 이런 종류의 대응은 빠릿빠릿하다.
이방인으로서 또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면 통역사를 붙여주고, GP마다 통역사가 올 수 있는 정해진 요일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2주씩 걸리지 않고 빨리 예약이 잡히기도 한다.
영국의 NHS가 공짜라서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처럼 소정의 비용을 받고라도, 빠르고 적정 수준의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NHS에 가면 영국인 의사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왜일까? NHS가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NHS 의사 월급도 매우 박하기 때문에 영국에서 의대를 나온 의사들은 호주로라도 취업을 하는 게 낫기 때문에 영국에 남아있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GP는 보통 인도나 동유럽 의사들로 NHS는 채워져 있다.
영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 그리고 "Pay=Quaility"라는 것!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몰라도, 돈 많이 내고 사립병원 이용하면 되는 수입과 지체, 모두 높으신 분들이 사회적 약자들이 감기로 죽어나가는 것에 얼마나 진정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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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구청의 유일한 한국인 워킹맘이었습니다. 주한영국대사관 영국개황, 영국지방정부 저널 MJ에 기고했습니다. 살아봐야만 알 수 있었던, 영국 학교와 직장생활, 알송달송 영국문화와 제도, 런더너만의 여가생활, 미국인도 안쓰는 영국영어와 같은 주제의 글들이 25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입니다. http://brunch.co.kr/@scribb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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