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핏줄이 터진 눈눈에 실핏줄이 터졌고, 의사는 노안이라고 했다.
이천환
빨간 눈을 살펴보니 실핏줄이 터져 피가 흰자위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눈에 문제가 있으면 어쩌지?'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시력을 잃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지금 이 상황에 더 겁이 났던 것이다. 부리나케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염증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핏줄이 터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혹시 모르니 안과를 내원하여 진료를 받아보라는 글들이 꽤나 검색되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거울로 상태를 살피니 터진 피가 더 심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일단 출근하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은 직원 미팅이 있는 날이다. 상반기 가결산 및 사업계획 진행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 하반기 계획을 확인한다. 코로나19는 많은 지표들을 통해 자신이 변수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보다 좋은 연말 결산자료를 위한 대책회의가 시급해 보였다. 직원들에게 대책과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고 자리에 앉기 무섭게 책임자 회의가 소집됐다. 이사장님의 회의소집은 늘 마음 졸여야 하고, 머릿속에 줄줄이 꿰고 있는 데이터들이 얼마나 정확히 소환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는 시간이다.
재빨리 가결산 자료를 다시 훑어보고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이사장님이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른 설득을 하게 만드는 쉽지 않은 시각이다. 그렇게 기나 긴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두통이 찾아온다.
실핏줄이 터져 뻑뻑하던 눈은 이제 통증까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녹색 창에 검색했던 글들이 오버랩되면서 혹시 염증성 출열인가 하는 걱정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안과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왠지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병원은 대부분 오후 진료시간이 2시부터다. 조금 일찍 안과에 도착해서 접수를 했음에도 앞에 대기자가 몇 명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뉴스를 보고 있자니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시력검사부터 하실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왼쪽 먼저 가려주세요. 오른쪽 시력부터 측정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