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카운터편의점 카운터에 앉아서 바라보는 시선.
전세나
첫 날 교육을 받으러 나왔을 때 나는 예전에 물류트럭 아저씨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혹시 아직도 이 일을 하시고 계시려나? 내 얼굴을 기억 하시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물류 트럭이 오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물건들을 들고 오시기 편하게 문을 열어드리며 인사를 한 순간, 내 입에서 '아!'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장난스러운 웃음이 참 좋으셨던 그 아저씨가 서 계셨다. 아저씨도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시더니 "아는 얼굴이야!"라며 놀라셨다. 다시 만날 거라는 별 의미 없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아저씨는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힘이 날 수 있게 항상 웃어드렸던 것이 기억에 남으셨나 보다. 전에 편의점을 그만 둘 때도 "웃는 게 참 예뻤는데..."라고 하신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저씨는 2년 전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내가 웃어주면 따라 웃으셨고 문을 열어드리면 센스가 있다며 좋아하셨다.
편의점에 근무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진상 손님도 많이 만난다. 술에 잔뜩 취해와서 "여기는 왜 계좌이체가 안 되냐?"며 대뜸 화를 내는 아저씨도 있고, "맥주를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둘테니 다 마신 것 같으면 가져다 달라"는 아저씨도 있다. 맥주를 가져다주면 숟가락 하나를 더 얹어서 술까지 따르라고 한다.
그리고 카드를 던지며 "담배 하나 줘"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 알바생이 사람 담배 취향도 읽어내는 초능력자인 줄 아나 보다. 이럴 때마다 '그래 나는 동물은 맞아도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마음에 안 들면 이빨부터 드러내는 짐승의 길은 가지 말자' 하고 쓰게 웃는다. 정신승리다.
근무할 때 제일 행복한 순간도 있다. 가끔 강아지를 품에 안고 오시는 손님! 아니, 강아지다. 강아지가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힘들었던 것도 입 안에서 아이스크림 녹듯 잊게 된다.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우리집 고양이가 떠올라 절로 미소도 지어진다. 그래도 이번 편의점에서는 벌써 5개월째 일하는 중이다. 알바비만 제때 주시고 별다른 터치가 없는 사장님 덕분일 수도 있다. 오늘도 나는 부지런히 바코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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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 내 책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종이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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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5개월째... 오늘도 정신승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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