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동의 어느 골목
김용석
노송동 프로젝트 돌아turn, 보다see
노송동 주민들 다수가 얘기한다. "내가 이 마을 토백이여." 몇 년을 사셨길래 그러느냐 물어보면 적게 쳐도 30년, 많게는 40년 혹은 45년까지. 누군가에게 일평생이라 할 정도의 시간을 한 장소에서만 지내온 것이다. 아, 참고로 마을의 대다수가 70대의 노년을 사는 중이며, 60대면 젊은 축에 들어 '청년'이라 불린다.
필자로 따지면 나이 서른도 채 되지 않아 '토백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들을 상상할 수 없다. 심지어 수시로 돋는 방랑벽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를 줄 모르는 성격이라, 계기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30년의 머무름은 내 인생에 일어나기 힘든 일일 것 같다.
활동하는 우리 몸이 공기의 마찰 속에 있듯, 한 사람의 일생은 시간의 마찰 속에 놓여있다. 크고 작은 사건과 길고 짧은 만남들은 거칠고 부드러운 시간의 마찰력이 남겨놓은 흔적이다. 그러한 흔적은 특정한 장소를 중심으로 새겨진다.
'마을 토백이'들이 남노송동에서 지낸 30년, 40년, 45년은 그들의 삶의 현장에 어떠한 굴곡과 형태를 남겨놓았을지 궁금했다. 그중 가장 깊은 굴곡이 어디에 있으며 가장 뚜렷한 형태가 어떤 모양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노송동 프로젝트 돌아turn, 보다see. 주민들의 '그때 그 순간'에 대하여 '그땐 그랬지'의 이야기를 나눈다. 공간과 물건에 담긴 노송동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발굴하여 기록한다.
시간 속에서 잊혀가는 것들을 머무르고 남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미래를 향해 직선운동을 하듯 움직이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삶과 사고의 방식을 뒤집어야 한다. 겪고 지나온 과거의 것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turn),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대상을 가만히 바라보는(see) 활동이다.
노년에 이르러 지난 삶과 젊음을 재해석하거나 그 당시 가졌던 감정, 생각, 시선이 어떠했는지, 혹은 어떠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와 과거의 대화, 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노송동의 역사를 쓰는 일이 프로젝트의 이상향, 즉 '이상적인'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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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 해, 다른 이들의 치열함을 흘긋거리는 중입니다. 언젠가 나의 한 줄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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