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선관위 직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이화동 예술가의집 울타리에 4월 7일 실시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부착했다.
공동취재사진
"깨끗한 서울에 투표합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4월 7일 투표합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4월 7일 재보궐선거에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내용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반적, 상식적인 투표독려 현수막으로 보이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3월 3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광화문촛불연대'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저도 이 시민단체 회원이어서 기자회견에 함께 했는데요. 기자회견의 핵심은 '선관위가 국민의 정치참여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광화문촛불연대에서 4.7 재보궐선거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을 달기로 하고 담당자가 선관위에 문의를 했는데, 선관위가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직접 선관위 직원과 통화하기도 하고, 온라인 게시판에 문의도 했지만 '선거법 위반'이란 대답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다 3월 30일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답변이 나왔다고 합니다.
"현수막 문구를 여러 개 선정해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관위에 문의했습니다. '선거법 위반이다'라길래 '현수막 어디가 위반사항인지 알려주면 수정해서 다시 문의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해서 논의 중'이라면서 1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다가 3월 30일에 온라인게시판에 답변이 달렸습니다."
'투표참여현수막 공동행동' 담당자의 말을 들으니 선관위 대응이 참 불친절하고 기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채팅봇과 대화하는 느낌이랄까요? 다양한 종류의, 내용도 다채롭게 구성한 현수막 문구를 선정해서 문의했는데 선관위는 '일반적인 투표참여 행동으로 볼 수 없음'이란 틀에 박힌 답변만 내놓았다고 합니다.
"어떤 부분이 선거법 위반인지 알려주지를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죠. 선거운동은 시작됐고, 현수막 달 수 있는 날짜도 별로 없는데..."
'아이들의 미래'가 안되면 민주는요?
그래서 선관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3월 31일 11시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한 투표참여 현수막 5종을 선관위에 또 문의하였고, 3월 31일부터 게시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4월 7일 투표합시다!
깨끗한 서울에 투표합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4월 7일 투표합시다!
재산신고는 확실히! 4월 7일 투표합시다!
31일 선관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현수막이 미래당을 연상시킬 수 있으니 자진철거 하라는 전화였습니다. 현수막 문구 중 '미래'라는 단어가 8번 오태양 미래당 후보를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가수 한대수의 '물 좀 주소' 노래가 안기부의 물고문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금지곡이 됐었다는 전설(?)이 떠올랐습니다. 선관위의 대응이 그만큼 황당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