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총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 상담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보험에 전화해본 가입자들은 알겠지만 상담원과 연결이 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겨우 연결됐다', '로또 당첨됐다' 할 정도로 대기시간이 길다.
전화를 받다 보면 전산화면에 고객이 몇 분 대기했는지가 나오는데 7~8분 대기는 기본이고 10분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장시간 대기하다가 겨우 연결된 고객을 2분 30초 만에 만족시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쓸데없는 멘트로 대기 시간을 늘어나게 할 것이 아니라 간단하고 명료하고 정확하게 상담해서 전화 연결이 빨리 되게 하는 게 '만족'일 것이다. 그렇지만 콜센터 전문 인력만 키우는 회사는 아직도 1990년대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한다.
건강보험은 통신사, 카드사처럼 본인이 사용한 금액만 납부하면 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예외 없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이기 때문에 제도불만, 부과불만, 징수불만 등 항의 민원이 많다. 상담사도 사람인지라 불만 민원 전화에 '5점 매우 만족' 부탁드린다고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족도 인사를 누락하면 다음 날 책상에 옐로카드가 부착되어 있다. 옐로카드를 받았는데도 인사를 누락하면 '친절'이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근무하게 한다. 또한 출근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친절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인사를 하게 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동료들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얼마 전 "건보공단 고객센터 업무를 맡은 상담사들은 우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운 회사의 자산"이라는 민간위탁 업체 관계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우리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2년이 지나면 수고했다는 인사도 없이 뒤도 안 돌아 보고 떠나가지만, 상담사는 그 자리에 남아 다음 2년 동안 우리를 핍박할 업체는 어디일까를 생각한다.
10년을 일해도 2년마다 한 번씩 회사가 바뀌니 본인들 회사에는 신입이라 최저임금밖에 줄 수 없다고 하고, 용역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 달라 하니 기업 비밀이라고 하는 그들은 우리가 '소중한 자산'이라고 한다. 사람장사하며 중간착취에만 급급하니 상담노동자를 회사의 가족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게 당연한 논리인 것 같기도 하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