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야사민의 작품들왼쪽부터 절규1, 절규2, 절규3
김지섭
하지만 과야사민의 작품들이 한 시대에 갇히거나 머무르는 건 아닙니다. 의도와 기획을 벗어나, 시의성과 시대에서 도약하여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절망으로 다가갑니다. 경악과 체념으로 가득한 '기다림' 앞에 서 있는 2021년의 나는, 나의 감정이 순식간에 그 재질이 절망으로 뒤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치와 유태인과 수용소의 비극적인 시대를 가늠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림 앞에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잠시 접고 자기 자신의 감정에 매몰됩니다. 그리고 공감의 시작은 미술관을 나선 다음, 미술이 선사한 감정의 파고에 따라 이뤄질 것입니다.
나는 '분노의 시대' 연작 앞에서 절망과 공포에 빠졌습니다. 배치된 작품들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가 느리게 지나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림 속 경악과 공포에 물든 눈동자를 잊기 힘들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과야사민의 작품에서, 특히 '분노의 시대' 연작에서 손과 눈은 강렬한 흔적을 남깁니다. 인물들은 눈을 감았거나, 손으로 눈을 가렸거나, 정면이 아닌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건 절망하여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놓아버린 그런 눈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