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문인성 대표 겸 조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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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향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향을 만든다는 건, 간단하게 말해 여러 향료를 섞는 거예요. 그런데 향료를 섞어서 나올 수 있는 향은 무한에 가까워요. 비율에 따라 강하거나 약해지고, 어떤 향료를 더하거나 뺄 때 향은 부드러워지거나 날카로워져요. 향료 한 방울이 향의 색깔 자체를 바꿀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시각적으로 빨강에서 파랑은 멀리 떨어진 색깔인 것에 반해 향은 향료 한 방울에 따라 빨강에서 파랑으로 바뀔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일종의 화학 실험 같지만, 향수와 조향의 특별한 점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지나간 세월의 어느 순간을 기억해보려 최대한 그때와 똑같은 느낌의 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미소까지도 떠올리게 하는 냄새가 있는 거죠.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향수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요. 공방을 찾는 연인들이 그런 경우죠. 연인들 대부분 오늘이 행복해서, 서로의 사랑을 보존하는 의미로 조향 체험을 해요."
- 나만의 향기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만들어진 향수나 디퓨저를 사는 것과 조향의 차이는 자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점이에요. 이 세상엔 뛰어난 향수가 참 많지만, 아무리 향수가 다양하더라도 모든 개개인의 느낌을 표현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느낌을 향수에 맞추는 셈이죠.
조향을 하다 보면 자신이 싫어하는 향과 좋아하는 향의 구분이 생겨요. 내 안의 다채로움과 나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조향은 말 그대로 창작이에요. 타인에게 좋은 향이 아닌 자신에게 좋은 향이면 돼요.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을 통해 자신에게 조금 더 온화해질 수 있다면, 그건 조향이라는 행위의 가장 좋은 결과일 거고요."
- 고유한 개인의 향기는 이 공방의 슬로건, "절대적인 향기를 탐구한다"는 것과 어긋난 게 아닐까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묘사되는 그런 '완전한' 향을 찾는 것도 맞아요. 영화의 그 지독한 결말과는 다른 완전함이어야겠죠. 아름다움과 평온함으로 이어지는 그런 완전함.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우리는 '절대적인 향기를 탐구한다'라는 문장에서 '절대적인 향기'와 같은 무게와 깊이를 '탐구한다'에도 부여하고 있어요.
절대적인 향기라는 것은 탐구하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향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도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요. 멈추지 않고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적인 향기의 가장 가까운 느낌일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새로운 향수 제품을 내놓으려는 것이고, 계속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요.
향 자체가 원래 그런 면이 있어요. 향은 만질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떠도는 기억이자 느낌이에요. 퍼졌다가 모이고, 도약하고, 수그리고, 단단하고, 부드럽고, 경쾌하고, 아늑하고."
-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조향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조향을 통해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현재'의 행복을 남겨요. 제게 남들과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있다면, 바로 '미래'예요. 조향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나의 작업으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오겠죠. 그런 나날들이 있는가 하면, 저 개인적으로 좀 더 나은 향수를 만드는 나날도 있을 거고요.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라는 점에서 향기는 저의 가장 친근한 언어이기도 해요. 향수를 내놓거나 조향하거나 가르치거나. '언제나 우리의 언어는 향기'라는 공방의 문장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