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서 지원해준 긴급구호세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생 쌀이나 무거운 생수 등은 혼자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최상도
- 자가격리 기간 동안 시나 단체에서 어떤 지원이 있었나요?
"대구시에서 자가격리를 지원하는 물품 4박스를 보내왔습니다. 이후에는 민간단체와 저희 센터에 후원 요청을 해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구시에서 지원해준 물품은 라면 10개, 햇반 6개, 5kg 쌀, 생수 2개, 3분 요리 등입니다. 언론에서 시의 지원 물품이 장애인의 경우 사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민간에서 상황에 맞는 물품을 많이 지원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죠."
-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 구성품들이네요.
"그렇죠. 장애인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죠. 예를 들어 지체장애가 있는 분은 쌀을 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무거운 생수를 따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제가 생활지원 인력으로 함께 있었기에 물품 사용이 가능했지만, 지체장애인의 경우 혼자서는 이걸 받으면 스스로 해 먹을 수 없다고 봐야죠."
장애인을 배려하고 생각한 제도는 없었다
-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 3월 2일부터 전문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생활지원인'을 모집했습니다. 그 이유가 있었나요?
"2월 당시에는 장애인 자가격리자를 생활보조하는 생활지원인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었습니다. (한 명이 양성이면 다른 한 명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니) 서로 자가격리가 되어있는 범위 상태에서 생활지원을 들어가므로, 장애인이 자가격리가 돼도 활동지원사가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인프라가 없다 보니 비장애인 활동가를 중심으로 자가격리가 된 장애인의 생활을 보조해줄 사람들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대신 위험수당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었습니다. 자가격리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코로나에 대한 위험에 노출된 채로 지원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활동지원사 1명당 장애인 1명으로 1:1 매칭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반인 대상으로 생활지원인 모집을 하면서 김시형 활동가 같은 경우처럼 장애인 혼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사각지대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됐습니다."
- 장애인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활동가분들이 번아웃을 겪으셨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자가격리 해제 후 장애인분들이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신경을 되게 썼죠. 당시 생활 지원 인력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을 다들 갖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후유증에 대한 시 차원에서의 지원은 전혀 없었죠. 스스로의 몫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심리적인 지원은 지자체에 아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정서적 지원에 관한 요청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바뀌는 데는 되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 코로나 블루 등 심리적인 차원에서 정부나 시의 지원은 부족했던 것이군요.
"제가 자가격리됐을 때, 시 차원에서 불안하거나 힘들면 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게 했었어요. 그때는 상담사 1명이 많은 인원을 담당했어야 하는 거로 알고 있거든요. 장애인만을 위한 상담은 아니었죠. 장애인을 배려하고 생각한 제도는 없었죠."
- 2월만큼의 심각한 위기상황은 어느 정도 지난 것 같지만, 그런 재난이 또다시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을 돌이켜보며 그리고 앞으로를 대비하며, 감염병 사태에서의 장애인 관련 정책 또는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애인들의 상황을 깊이 있게 고려하고, 장애인의 목소리를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공무원,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합니다. 만약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은 어떡하지?'라고 떠올리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가 아니라면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학창시절에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저는 거의 없거든요. 저도 고등학교 때 공립학교에 다녀서 장애인 학생은 있었지만, 학교 전체에서 장애인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그런 교육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배워야 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2월의 대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획-또 다른 재난이 있었다]
① "활동지원사 없이 격리된 2주, 지원키트 받는 순간 슬픔이..." http://omn.kr/1pz2v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장애인 3명과 함께 자가격리... 번아웃이 찾아왔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