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보내온 서류사진임대인이 아무런 말 없이 지인의 집 문 앞에 통지사항을 붙였다. 재계약을 앞두고 임대료와 관리비를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혜민
로스쿨을 가지 못한 법대 졸업생에게도 법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인들은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낸다. 나도 결국 검색을 해서 답을 해준다. 법대생은 생활법률을 거의 배우지 않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인이 서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을 알리는 고지서였다. 월세는 5%를 올리고 관리비는 두 배나 올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5%라고 하니 최근에 시행된 임대차 3법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사진에 나와 있는 법률은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아래 민특법)'이다.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인은 이번 임대차 3법 개정 이전부터 임대료 증액 5%의 제한을 받고 있었다. 이 서류를 보낸 임대인 역시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자다. 임대차 3법의 5% 상한제는 전·월세 상한제의 내용으로 '주택 임대차보호법'에 해당 조항이 있다. 이는 일반 임대인들에게 적용된다.
나도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월세를 사는 세입자여서 이번 지인의 서류에는 더 관심이 갔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민특법에도, 주택 임대차보호법에도 5%의 증액 제한이 있는데 관리비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임대차 3법의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등록된 임대사업자나 일반 임대인들이나 모두 임대차 계약을 하면 시·군·구청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때 임대료는 신고 대상이지만 관리비는 아니다. 임대료는 임대인의 수익으로 보지만, 관리비는 임대 건물의 관리 및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월세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니 관리비라도 많이 올리겠다", "관리비는 마음대로 올려도 된다더라" 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관리비도 임대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앞으로 150가구 이상 집합건물은 관리비 사용 내역을 작성, 공개, 보관하고 매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150가구 미만의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관리비 규정이 없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같은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원룸은 150가구 미만의 형태가 많은데 이들은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관리비를 올려도 대응할 방안이 없다. 단, 4월 24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150가구 미만 공동주택도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 동의할 경우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년, 2년 살고 이사하는 청년 세입자가 집집마다 서면 동의를 받아 임대인에게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6월 <주간 동아> 기사에서 이상엽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룸 건물은 크기와 가구 수가 각각 달라 법적으로 관리비 기준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원룸이라도 관리비 사용 내역을 세입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건물주가 갖춰야 할 상식"이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 주간동아 6월 10일, "사용 내역 묻지마", 세입자 울리는 원룸 관리비)
"관리비를 편법으로 악용... 타당한 이유 없으면 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