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현주
- 차별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차별이란 근본적으로 당신과 내가 동등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와 당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타인을 배제하거나 분리하고, 소외시킬 때 차별이 발생합니다."
- 차별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차별의 범위를 구분 짓는 게 조금 우려스럽긴 합니다. 예컨대 장애여성이 당하는 일상에의 차별은 어디까지가 차별이라고 구분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차별의 기준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현재는 발의안에 명시한 바에 따라 특정 개인이 가진 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만들거나 분리, 배제, 소외를 하는 경우를 법적으로 제재 가능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장애인이 받는 차별은 무엇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노동에 대한 차별을 들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성을 중요시 하는데, 장애인은 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여겨 최저임금 예외조항 등으로 차별을 하는 겁니다. 장애인인 저는 체력 관계상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러나 제 노동의 가치가 비장애인의 그것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선 제가 비장애인보다 더 큰 노동력과 에너지를 투입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이런 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생산력에 따라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임금도 적게 주죠. 임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현대에 이런 것들이 계속 맞물려 장애인은 더욱더 차별을 받게 됩니다."
- 특히 자기 결정권에서의 차별을 많이 겪는다고요?
"이를테면 우리 사회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통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갖지 못하고 무조건 시설로 가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많은 사람이 요즘에는 시설 환경이 매우 좋고, 시설 내 인권침해 행위도 없다고 많이 얘기합니다. 그러나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 당사자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무조건 시설로 가야 한다는 인식만 있는 게 문제인 거죠."
- 장애여성은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요?
"장애여성은 일상에서의 배제를 많이 경험합니다. 우선 교육 현장에 진입이 어려워요. 저도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많은 장애여성이 전동휠체어나 활동보조사가 없으면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데다가 그 당시에 집안 여건이 안 좋으면 무조건 남자를 먼저 교육하는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했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죠.
노동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데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 현장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배제되곤 해요. 또 돈을 못 버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죠. 그런데 이런 차별이 어디까지가 장애 때문이고 어디까지가 여성이란 것 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차별을 교차차별이라고 부르는데, 수많은 장애여성들이 이 교차차별을 겪고 있어요."
-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 예외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장애인과 이주민에겐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줘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명백한 차별이죠. 그래서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들어 장애인에겐 최저임금을 보장한다고 칩시다. 그럼 이주민은 해당하는 차별금지법이 없으니 여전히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요?
이것도 이상한데, 만약 장애를 가졌는데 이주민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애인이 이주민일 수도 있듯 많은 사람이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한 정체성, 예컨대 장애인이란 것만 차별받지 않으면 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거죠. 결국 내 안의 다양한 소수자성이 교차하며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가 아니라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으로 당장 차별 해결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