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학력이 초졸 이하인 장애인 비율
김남희
"저는 특히 장애여성이기 때문에 교육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은 항상 저를 보호해야 한다고 여기셨거든요. 저를 홀로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셨어요."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교육에서의 배제는 장애남성보다 장애여성이 더 심각하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만 졸업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은 장애남성이 24.5%, 장애여성은 55.6%로 나타났다.
지난 11일에 만난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장애여성이 특히 교육에서 배제되는 이유를 전통적 가족주의 유교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성의 가족부담률이 낮다고 여겨 남성보다 여성의 교육을 중요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학업을 더 이어갈 수 있는 많은 장애여성들이 가족들의 반대로 학업을 포기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표를 보면 가정 내 남녀의 교육차별은 더 두드러진다. 2018년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애여성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위 두 번째 이유로 집에서 못 다니게 해서(13.5%)를 꼽은 반면 조사에 참여한 장애남성은 집에서 못 다니게 해서를 단 한 명도 응답하지 않았다.
교육 차별이 빈곤의 악순환을 만든다
박김영희 대표는 만 36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진 부모님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독립을 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이력서를 쓰는데 학력란에 쓸 내용이 없는 거예요. 초졸 검정고시 수료, 이 한 줄이 다였죠."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임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텔레마케터밖에 없었다.
"여성민우회 소개로 텔레마케터가 됐어요. 전화비를 직접 내는 조건으로 건당 10만 원을 받기로 했죠. 2개월을 꼬박 일해서 20만 원을 채웠지만, 회사가 부도나서 결국 그 돈을 받지 못했어요. 그다음에 찾은 직장이 114가 마련한 장애여성을 위한 일자리였는데, 정규직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야간에 근무하는 하청 업체 소속 비정규직 텔레마케터였어요. 그곳도 결국 손이 불편해 상담내용을 빨리 타이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만 받고 그만둬야 했죠."
이후 박 대표는 자신이 받는 대우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장애여성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학력은 인권운동을 하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 됐다.
"제가 장애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텔레마케터 경력도 있으니 전화로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건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원에 지원했죠. 그런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려면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관련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를 해야 했어요. 그때 당시 저는 검정고시로 중졸 자격증까지 딴 상황이었으니까 자격 미달이었죠. 그래서 쉽사리 채용이 안 됐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고민 끝에 일단 그녀를 채용하기로 했다. 그 당시 발달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배경이 그녀의 채용에 한몫했다. 장애여성의 성폭력 사건 상담은 장애여성 당사자가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녀의 앞엔 '조건부'라는 말이 붙어야 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학력 때문에 노동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차별받는 일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인권운동을 20여 년간 했어도 장애인 인권교육을 하러 강사로 나갈 때 낮은 학력 때문에 강의비를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받아요. 또 관련 단체에서 연구 사업을 진행할 때 관련 학위가 없으니 참여하지도 못하고요."
실제로 직업을 갖고 직접 돈을 버는 장애인의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전체의 약 37%뿐이다. 이는 박김영희 대표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17년 전(34.23%)과 비교해 거의 나아지지 않은 수치다. 특히 장애여성의 인구대비 취업자 비율은 23.4%로 장애남성(47%)의 약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