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화살표 없이 그림문자만 표시된 유도등이다. 비상문 바로 위에 설치되어 비상문의 위치를 나타내지만, 그림문자의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을 대피 방향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정재성
비상구 문 바로 위에 설치되어서 비상구의 위치를 알리는 비상구 유도등(위 사진)은 화살표 없이 뛰어가는 사람 모습만 그려져 있는 형태이다.
별도의 화살표가 없어서 일명 '무방향 유도등'이라고도 불리며 "이곳에 비상구가 있으니 전방으로 대피하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방향 유도등은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비상구 문의 위치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도등의 그림문자 속 녹색 사람이 왼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보니 재난 시 정전 등으로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유도등 속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인 왼쪽을 대피 방향으로 오해하여 비상구를 바로 앞에 두고 왼쪽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
2013년 5월, SBS 뉴스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국내 한 대학 연구팀과 진행한 실험 결과를 보여 주었다. 실험은 단순한 구조의 어두운 세트장에서 무방향 유도등을 보고 비상구를 찾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 67명 가운데 41명이 비상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무방향 유도등의 의미를 오인한 셈이다.
무방향 유도등을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잘못 이해하는 것은 시민들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책브리핑 웹사이트에 비상구 유도등 그림문자의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이 대피 방향이라는 잘못된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게재하여 비판받은 적이 있다. 유도등 속 그림문자의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은 대피방향과 무관함에도 오류를 범한 것이다.
비상구 유도등은 누구나 사전 지식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의미를 정부 부처에서 내놓은 정책브리핑에서조차 오인한 것이다.
비상구 위 유도등에 화살표 표시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