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먹어도 자식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불편한 부모의 마음소고기를 먹으러가도 자식의 돈이 아까워 금세 배부르다고 하시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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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식사를 마치셨지만 그래도 한 입 맛이라도 보시라며 저녁을 다 드신 거실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고기를 구워 부드러운 부분을 골라서 챙겨드리니 배부르시다면서도 텃밭에서 막 따온 깻잎과 함께 몇 점 드신다. 집 앞 슈퍼에서 사 간 막걸리도 한 잔 드리니 "그 탁주 맛 좋네~" 하신다. 그제서야 엄마의 얼굴도 풀리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와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날 마트에서도 내가 비용을 결제하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됐다"며 내 카드를 집어넣었다. 그래서 생활비도 드려야 하는데(코로나19로 집이 있는 중국에 가지 못하고 친정에 살고 있다) 엄마가 안 받으신다고 하니 장 보는 돈이라도 내가 결제하겠다고 했다. 엄마는 그런 소리 하려면 집에 올 생각 하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으셨다.
생활비도 안 받으시면서 세일하는 소고기도 못 사게 하시기에 '소고기 눈치 안 보고 먹으려고 해요'라고 둘러댔지만, 엄마는 '너 눈치 안 보고 먹을 만큼 사 줄 능력은 된다' 하고 계산을 마치셨다.
내가 생활비를 드릴 형편이 되는 상황인데도 엄마 아빠는 당신들이 아직 너희 정도는 먹여살릴 수 있다며 걱정말라고 하신다. 말이 생활비지 여러모로 죄송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그것뿐인데 부모님은 그런 마음을 갖는 것조차 하지 말라고 하시니 도리가 없다.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했으면 좋겠고, 오히려 당신들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에 안도하시는 모습이다.
할머니 역시 나이 60이 된 딸이 저녁 한 끼 같이 먹자는 것을 마다하시는 것은 당신은 괜찮으니 너희가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입으라는 마음이시지 싶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자식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을 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으시리라.
이날 저녁 할머니 모습과 마트에서의 엄마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할머니 마음도, 속상해하는 엄마 마음도 알 것 같다. 나이를 얼마나 먹은 것과 상관없이 자식은 품 안의 자식이고, 이것 또한 부모님이 표현할 수 있는 자식 사랑 방법 중 하나이겠지. 저녁 먹은 것을 치우고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엄마도 내 마음 알겠지? 내가 나중에 밥 먹자고 찾아가면 나는 괜찮다 하지 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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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할머니와 "돈 필요없다"는 엄마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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