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국제 인터내셔널 프레스 프리덤 어워드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인도 독립언론인 네하 딕시트.
Committee to Protect Jour
"이미 자유의 피를 맛봤다. 어떤 언론사로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자유기고가로 일하면서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더 행복해졌다."
인도 뉴델리를 근거지로 삼고 일하는 독립언론인 네하 딕시트(Neha Dixit)는 2012년 말부터 특정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고 현장에서 취재한 기사를 심층보도해왔다. 기자 경력은 2007년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인도 시사주간 '테헬카(Tehelka)'와 24시간 방송 네트워크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에서 시작했다. 언론사가 요구하는 이야기들이 구매력이 있는 도시 중산층의 관심사로 국한된다고 느낄 때쯤 자유기고가로 전환했다.
자유기고 언론인으로 처음 취재한 이야기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에서 벌어진 우익민족주의 운동이다. 현장 취재를 통해 극우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이 주민들에게 힌두국가건설 이념을 조직적으로 세뇌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취재한 내용은 인도 시사주간 '아웃룩(Outlook)' 2012년 겨울호에 보도됐다.
가장 최근 기사는 2019년 재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밀어붙인 시민권개정법과 이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한 것이다.
2019년 12월 11일 인도 상원을 통과한 시민권개정법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넘어와 불법이주자로 살고 있는 힌두교도, 시크교도, 불교도, 자인교도, 파르시교도, 기독교도 등에게 시민권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슬람교도는 대상에서 제외돼 법적 차별 논란과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네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폭력과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여성들의 역할을 취재해 '알자지라(Al Jazeera)' 등에 보도하고 있다.
언론사의 24시간 압박이 없고, 특정한 목적이나 의제 없이 어떤 현장이든 갈 수 있다는 점, 그곳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보도의 깊이나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자유가 그를 사로잡았다. 물론 월급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전문직업인으로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크고 그래서 행복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3~4개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한 소진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7년여 간 휴식 없이 국가폭력을 취재하면서 쌓인 정신적, 신체적 피로 탓이다.
힌두민족주의 국가 건설을 정치적 목표로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총리(2014~2024)와 바라티야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인도인민당)이 집권한 이후 인도에서는 소를 도살하는 카스트에 대한 공격, 무슬림에 대한 노골적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취재현장과 일상에서 그를 향한 강간협박과 살해협박도 6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2014년 모디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부터 지금까지 성폭력, 혐오범죄, 경찰총격, 종파간 폭력을 취재하고 보도해왔다. 이 일을 멈춘다면 그동안의 투쟁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 되는데. 우리 현장 기자들은 스스로 힘든데 왜 이 일을 하는지 계속 자문하지만 누구도 답을 못한다. 소진에 대해서는 말할 기회가 적다. 가까운 이에게 말하더라도 '그럼 왜 하냐'는 반문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