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위한' 연합정당 제안 기자회견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하승수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는 4.15총선의 지역구 선거판세가 갈수록 호각지세로 돌아서는 중이라고 알려준다. 정권심판성격이 강한 집권 4년차 중간선거인데다 코로나19까지 덮쳤으니 당연하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 꼼수에 힘입어 벌써부터 비례의석 20석을 덤으로 확보해놓았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통합당이 다시 국회 제1당이나 과반수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무겁게 민주당 지지층을 짓누른다. 뭔가 비상카드를 꺼내야 할 때가 왔다. 한동안 잠복했던 민주당의 위성정당 불가피론이 지난 주 내내 정치공론장의 가장 핫한 논쟁 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통합당이 제1당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열흘도 못 돼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손혜원이 제일 먼저 물꼬를 텄다. 앉아서 당하느니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정봉주도 깃발을 들었다. 대국민사과를 하고 당당하게 위성정당을 창당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와서 스스로 입장을 바꾸기가 몹시 부담스럽다. 명분과 실리를 다 놓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28일 드디어 한완상, 함세웅, 정지영 등 시민사회원로들과 정치개혁에 앞장서온 주권자전국회의가 나섰다.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제 정당에 정치개혁완수목적의 반 통합당 선거연합정당(가칭 '정치개혁연합')을 만들어달라고 긴급 제안했다. 3월 2일에는 서초동촛불시민을 대표해서 우희종 교수와 최배근 교수가 비슷한 취지의 시민플랫폼정당(가칭 '시민을위하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촉박한 향후 일정을 감안할 때 두 추진그룹은 일주일 내에 하나로 뭉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원로들은 통합당만 뺀 제 정당들에 첫째, 정치개혁을 완수할 목적으로, 둘째, 가설정당을 만들어, 셋째, 통합당을 이길 선거연합을 진행하라고 제안했다. 민주진보계열 정당들이 상생 조건의 선거연합에 합의해서 통합당의 발호를 제압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라는 절절한 권고와 호소였다. 제안원로들은 선거연합정당 합류요건을 정치개혁 완수 목적에 대한 동의 여부로 단일화해서 문호를 개방했다. 그만큼 명분이 절실하고 성사시킬 의지가 강하다.
혹시 가설정당을 만들라는 부분이 걸릴지 모르겠다. 위성정당처럼 탈법행위를 하라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선거연합으로 뭉칠 제 정당 가운데 군소정당의 비례 몫을 가로챌 수 있는 거대정당은 민주당 하나다. 만약 민주당이 정당한 몫(병립비례 6석)보다 더 많은 비례의석을 배정받을 목적으로 선거연합정당을 만든다면 그 순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드는 탈법행위에 나서는 셈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정의당이 빠진 채 결성되는 선거연합정당도 반드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연합정당의 9할 이상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제안 인사들과 민주당은 위의 두 경우에는 선거연합정당이나 플랫폼정당이 위성정당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의에 충실한 시민사회의 제안
선거연합정당 제안의 기본 틀은 단순하다. 첫째, 연동형선거제 강화와 직접민주제적 주권자권리 도입 등 과감한 정치개혁목적에 동의하는 제 정당이, 둘째, 일시적으로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어, 셋째, 자당의 비례후보들을 모두 그 간판으로 비례선거에 내세운 후, 넷째, 당선자가 가려지는 대로 선거연합정당을 해산하고 비례당선자들을 다시 소속 정당으로 돌려보낸다. 이렇게 해서 총선 국면에선 통합당 세력의 힘을 빼고, 21대 국회에서 정치개혁입법을 추진한다.
나는 시민사회원로들의 선거연합정당 결성 제안이 현 시점에 맞춤하게 몇 가지 사항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제안 덕분에 자칫 야심가들의 국회 진출 노림수로 기능하며 진보적 시민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시민단체 중심의 외곽창당론이 동력을 잃었다. 동시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게 빤했던 민주당 일각의 당당창당론도 쏙 들어갔다. 선거연합정당이라는 경청할만한 대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둘째, 제안 주체는 시민사회인사들이지만 연합 주체는 이미 선관위에 공식 등록된 정당으로 국한된다. 제안에 동의하는 정당은 내부의결과정을 거쳐서 공식적으로 선거연합정당에 합류하면 된다. 선거연합정당엔 원칙적으로 정당만 구성원자격이 있기 때문에 주권자전국회의, YMCA, 흥사단 등 주도시민단체들이 외곽창당론의 유혹을 극복하고 완전히 뒤로 빠질 수 있게 됐다.
셋째, 외곽위성정당과 달리 선거연합정당은 독자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순번 배정 원칙과 기준만 설정한다. 선거연합정당의 비례후보들이 먼저 각 정당들의 비례후보여야 한다는 것은 제안 인사들이 본인이나 주변 인물을 선거연합정당의 비례후보로 세우지 않겠다는 일종의 불출마 선언이나 진배없다. 혹시라도 제안 인사들이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노린다는 뒷말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시민사회원로들이 대의를 위한 경륜을 제시했으므로 이제 민주당, 정의당 등 제 정당이 호응할 차례다.
최선책, 민주당의 비례포기 선거연합 빅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