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동포 초청 평화통일 공감 강연회민주평화통일위원회가 주최한 평화통일 공감 강연회에 입양인 동포가 함께 참여한 모습.
김정빈
- 한국인의 해외입양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인 개개인은 정이 많고 친절합니다. 각각의 사연에 지극한 관심을 보여주시고, 도움을 주시려는 분도 많아요. 이에 반해, 사회적 이슈로서의 입양인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공적인 차원의 해외입양인을 위한 지원 등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인가요?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한국인의 가족 및 입양인에 대한 사고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가족 찾기에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 DNA 유전자 검사법입니다. 희망하는 사람은 경찰서나 한인혼혈입양인협회(KAMRA)에서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입양인이 가족을 찾는 확률은 여전히 낮습니다. 매칭 대상이 되는 한국인의 유전자 검사 참여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족 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이 나타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한국인이 이 검사에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가족 및 입양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는 무엇인가요?
"둘째는 한국 정부의 입양 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입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입양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민간단체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국제입양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헤이그협약에 한국이 아직 가입하지 못한 것은 몹시 부끄러운 일입니다. (2013년 한국은 헤이그협약에 서명했으나, 현재까지도 국회에 체류 중이며, 비준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일어나고 있는 입양 문제도 그러할진대, 70~80년대에 해외로 입양을 보낸 해외입양인에 대한 대책은 얼마나 미흡하겠습니까? 한국은 과거 가장 많은 아이를 입양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 큰돈도 오갔고요. 한국 정부가 입양인 문제에 더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입양인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뿌리의 집,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와 같은 사적 단체입니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해외 입양아 관련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실례지만, 김정빈 대표님이 입양될 때 양부모님께서 얼마의 돈을 지불했는지 혹시 알고 계시는지요?
"당시 저를 입양하는 비용으로 6000마르크를 테레 데스 홈스(Terre des Hommes)를 거쳐 한국 홀트로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한화로 4300만 원 정도이니, 당시 한국 물가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러한 돈이 오갔기 때문에, 과거에 한국이 '최대 아동수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의 '적극적 참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의미하나요?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해외입양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이 실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업이나 정책 과정에 입양인의 실정을 더욱 고려하고 의견을 반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 정부와 소통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입양인 관련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공적 기관과 접촉할 기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담당자의 태도나 업무처리 방식이 입양인 업무에 전혀 특화 또는 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입양인 문제를 다룬다면, 입양인 당사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이들이 성장해 온 문화적 영향을 고려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거죠.
회의 방식도 사족이 많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높은 사람의 설교만 들을 때도 있습니다. 아예 입양인이 배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한국인 담당자가 입양인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거부하는 통에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아주 불편했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양인을 위한 사업을 한다면서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볼 때면, 이러한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죠."
- 입양인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입양인이 직접 운영하는 기관이 있거나, 이와 관련된 사업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양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입양인 본인일 것입니다. 한국인과 입양인의 문화 교류, 한국으로 귀향하는 입양인을 위한 지원, 취업 및 창업의 기회 제공, 입양인의 2세를 위한 맞춤 산업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입양인의 실정과 사고가 더 잘 고려되어 진행된다면, 그 사업 결과 또한 더 낫지 않을까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려운 조건에서도 왜 이렇게 친부모님을 찾고 싶어 하시나요?
"궁금했어요. 저는 10대 때부터 새치가 있었어요. 그것이 친부모님의 영향인지, 그냥 제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건지 궁금해요. 저는 키도 큰 편입니다. 부모님도 키가 크신 분일까? 아니면, 내가 독일 음식을 많이 먹어 그런 걸까? 나를 낳아준 어머니는 어떻게 생긴 분이실까? 나처럼 말랐을까?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일에도 계속 궁금증이 쌓이기만 해서 답답해지거든요. 이런 기분을 경험해 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모르실 거예요."